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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로 진화한 원숭이 군단
김도훈 2011-06-30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할리우드는 리부트 열풍이다.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시작하듯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오랜 프랜차이즈를 새롭게 시작하는 중이다. 그런데 잠깐. <혹성탈출> 시리즈를 굳이 리부트할 이유가 뭘까. 이미 팀 버튼은 지난 2001년 <혹성탈출>의 리메이크를 만든 적이 있다. 게다가 팀 버튼의 영화 역시 시간의 짜임새와 극의 얼개를 살짝 바꾸면서 일종의 대체역사로 빠져나간 일종의 리부트였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십세기 폭스가 이 시리즈를 되살리려는 이유는? 그렇다. 테크놀로지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특수분장사 릭 베이커가 창조한 원숭이 분장은 이제 전설이 됐다. 1968년에 나온 첫 번째 <혹성탈출>을 봐도 원숭이 분장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할리우드는 CG, 그리고 <아바타>에서 결정적으로 선보인 퍼포먼스 캡처(그에 더해 ‘이모션 캡처’)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인간에게 원숭이 분장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아예 인간 배우처럼 말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CG 원숭이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혹성탈출>을 리메이크, 아니 리부트하기에 지금보다 적절한 시기는 없을 것이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원숭이들이 어떻게 해서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되었나’를 파헤치는 일종의 기원담이다. 윌 로드먼(제임스 프랭코)는 원숭이 생체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연구 중인 과학자다. 그런데 처음으로 테스트를 받은 원숭이 시저가 실험 중인 약을 맞고는 점점 지능이 인간과 동등할 정도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갇혀 있는 우리를 탈출한 시저는 다른 실험용 원숭이들에게도 약을 투여하고, 수백만 마리의 원숭이들이 인간에 맞서 혁명을 일으킨다. 이제 로드먼은 원숭이들의 혁명이 성공하기 전에 시저를 멈춰 세워야만 한다.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이미 <혹성탈출3: 제3의 인류>(1971)와 <혹성탈출4: 노예들의 반란>(1972)을 통해 원숭이들의 진화가 미래로부터 과거로 불시착한 원숭이 부부의 아들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좀더 과학적인 진화의 설명을 극에 덧붙이려 한다.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좀더 과학적이고 또 그럴듯한 설명이 필요했다. 이건 전편의 연속이 아니다. 새로운 오리지널이다. 동시에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듯이, 이전 시리즈의 팬들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한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건 아마도 CG 원숭이 군단일 것이다. 여기에 뛰어든 건 아니나 다를까, 피터 잭슨의 ‘웨타 디지털’과 앤디 서키스다. 그런데 <킹콩> 정도의 기술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말한다. “그 시절에 웨타가 성취한 것보다 광년은 앞선 기술을 이용했다. 웨타 디지털 역시 2005년은 지금과 비교하면 석기시대였다고 말할 정도로.” 이게 궁금한 독자라면 최근 공개된 트레일러를 챙겨보길 권한다. 앤디 서키스와 웨타가 만들어낸 원숭이 ‘시저’의 얼굴은 정말이지 인간적으로 무시무시한 은유가 가득하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새로운 진화인 동시에 지금 할리우드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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