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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와이즈먼 예술에 대해 묻다

<댄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블루레이) (2009)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 상영시간 159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DD 2.0 자막 프랑스어, 영어 / 출시사 몽파르나세(프랑스) 화질 ★★★★ / 음질 ★★★★ / 부록 없음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댄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하 <댄스>)이 상영될 때였다. 중년 일행이 내 앞에 일렬로 앉았다. 1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아저씨가 나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이윽고 2시간이 지나도 영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들 모두 몸을 뒤척이며 괴로워했다. 그럴 만하다. 프레드릭 와이즈먼이라는 이름에 익숙한 사람이면 모를까, 근사한 발레 공연을 기대한 관객에게 <댄스>는 배반의 카드를 내놓는 작품이다. 와이즈먼이 공연 자체에 집착할 리 만무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을 묵묵히 응시한다. 카메라는 대상의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신을 여러 컷으로 나누는 법은 드물며, 관찰자의 어떤 목소리도 삽입하지 않는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상을 향한 마음이다. 미국 내 기관과 시스템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던 그가 고급예술의 실체에 매혹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당연히 무용수들의 연습장면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다음 시즌에 선보일 작품은 일곱편에 달한다. <호두까기인형> 같은 고전부터 피나 바우쉬가 새롭게 해석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이르는 작품들을 준비하느라 무용수와 선생들은 한눈팔 겨를이 없다. 세계적인 발레단으로서 다른 발레단은 물론 그들 자신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댄스>는 발레단의 뒷모습을 기록해 감동을 유발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최고의 프로들이 무대 뒤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감동적인가. 당신이 몰랐던 그들의 진짜 모습은 이렇다’라며 호들갑을 떨 생각이 없다. 후반부에 가서도, 최종 결과물을 보여주면서도 거기에 유일한 의미를 부여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댄스>의 첫 번째 관심은 발레라는 예술을 구성하는 ‘물적 토대’에 있다. 시작부분을 보자. 간략한 타이틀 뒤로 16초 동안 파리의 원경에서 ‘팔레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의 근경으로 옮겨가고, 이어 건물의 곳곳을 훑으며 30초를 보낸다. 리허설 현장이 나오는 건 그 다음이다. 발레라고 하면 공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와이즈먼은 ‘거대한 진실’을 드러내기로 한다. 의상담당, 소품담당, 다림질담당, 염색담당, 미용사, 청소부를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건 차라리 쉽고 안일한 방법이다. <댄스>는 건물 안팎을 구성하는 ‘벽, 계단, 배관, 전등, 지하연못과 물고기, 객석의 붉은 의자’ 등을 사이마다 배치해 그것들이 창조와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러므로 무용수도 감동의 주체라기보다 실체의 한 구성물로 묘사된다. 무용수의 그림자와 무대장치를 겹쳐놓아 둘을 동일한 위치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이며, 복지와 처우 개선 설명회에 모인 무용수들을 제시하며 노동행위의 측면에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블랙 스완>이 발레 공연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뮤지컬, 오페라로 몰려다니던 겉멋 든 치들이 바야흐로 발레에 열광할 차례인 것이다. <댄스>를 보노라면 그런 자들이 부나방처럼 느껴진다. 진실에는 눈이 먼 채 허영의 불꽃에 몸을 던지는 거다. 이런 얄팍한 시대에 <댄스>를 보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댄스>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취하기 전에 예술의 본질쪽으로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작품이다. 와이즈먼 영화의 DVD가 자가 제작, 판매되던 것과 달리 <댄스>의 블루레이는 프랑스에서 발매됐다. 인터뷰를 담은 소책자 외에 별도 부록은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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