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열린 영화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대회 현장. 4년 뒤인 지금도 저작권 보호문제는 민감한 이슈다.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원래 법조계의 관행을 일컫는 용어다. 검사나 판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그의 첫 소송에 대해 법원이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는 걸 뜻한다. 지금 전관예우는 부산저축은행의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자의 전관예우 근절을 강조했고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관예우 금지법을 발의했으며, 이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뿐인가 보다. 문화부는 최근 퇴임한 유병한 전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을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계 6개 단체는 지난 6월15일 성명을 통해 “문화부는 정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내정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단지 전관예우란 불법적 관행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문화부의 실책으로 지적되었던 각종 저작권보호 및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정책들의 책임자가 바로 유병한 전 실장이었고, 이러한 사람이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으로 간다는 것은 해당 기관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저작권 정책과 저작권 산업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두 명의 지난 영진위 위원장을 선임한 것, 독립영화에 대한 직접지원제도를 폐지하려 한 것 또한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의 논의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영화인들은 “콘텐츠 산업이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부상하고 그 지원과 정책이 활성화되는 만큼 콘텐츠 보호를 위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위원장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전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을 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것은 콘텐츠 산업, 콘텐츠 저작권보호 산업과 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영화제작가협회의 최현용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이 항상 낙하산으로 임명되면서 위원회 자체가 관료적으로 조직화됐고, 그 때문에 현장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폐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닐 것 같다. 영진위 위원장을 선발할 때의 고민 정도라면 충분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