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362(W) X 265(H) X 293(D)mm / 무게: 5.6Kg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반찬 투정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먹고 싶은 것’과 ‘먹기 싫은 것’의 기준이 명확해진다. 먹고 싶은 건 어떻게든 찾아먹고, 먹기 싫은 건 죽어도 먹지 않는다. 입맛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 어떻게든 포용성이 없어지는 셈이니, 일종의 퇴화일까.
어쨌든 요즘의 나에게 가장 참기 힘든 건 맛없는 밥을 먹는 것이다. 그래, 밥만 맛있다면 반찬 후진 거야 그런 셈치고 어떻게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윤기라곤 온데간데없이 푸석푸석한 밥을 보고 있으면 앞에 아무리 진수성찬이 있어도 입을 못 대겠다. 구입한 지 6년차 되는 전기밥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꼭 압력밥솥으로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제품 하나. 밥솥 하면 생각나던 브랜드 쿠쿠의 6인용 전기압력밥솥인 ‘크랜베리’다. 현재 쓰고 있는 밥솥을 샀던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작은 6인용 압력밥솥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느새부터 대부분의 전기밥솥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이렇게 작은 모델을 내놓고 있다. 2인 이하 가구의 성장세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자, 어쨌든 케이스에서 밥솥을 꺼내봤다. 선홍색으로 뒤덮인 밥솥의 외관은 정말 크랜베리 같았다(헉). 밥솥에 넣기에는 다소 도발적인 컬러지만 개인의 취향은 제각각이니 패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소형 압력밥솥이지만 프리미엄급 제품에 들어 있던 기능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쯤 원빈이 광고모델로 나서면서 화제를 모았던 쿠쿠의 ‘블랙펄’이라는 제품이 있다. ‘럭셔리 밥솥’을 추구하며 만든 이 제품은 원빈이라는 모델이 광고에 나서며 엄청난 판매를 이끌어낸 바 있다. 물론 가격대도 50만원에 육박했다. 그런데 그 호화로운 밥솥에 들어 있던 대부분의 기술이 이 크랜베리에도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 알고리즘이라는 기술. 밥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압력과 열이라는 요소를 밥솥 자체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밥맛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 또 엑스월샤인코팅이라는 기술은 고열, 고압스팀에 절대적으로 강한 압력전용 코팅술인데, 솥의 손상이 적은 건 물론 밥알이 전혀 들러붙지 않아 세척하기도 편하다. 스테인리스에 티타늄을 도금해 내구성 충만한 티탄 내솥은 또 어떻고.
자,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밥맛. 흰쌀로 지은 밥맛은 딱 기대만큼이다. 먹기 좋고 부드럽다. 하지만 이 제품의 진가는 잡곡밥을 했을 때 드러난다. 특히 현미밥. 건강에 좋은 거야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혀를 대패질하는 것 같은 식감이 항상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씹히는 현미밥은 처음 먹었다.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잡곡밥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33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