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나리오도, 같이 하는 배우가 좋았어요. 사실 황정민, 김상호, 진구 씨는 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분들이잖아요."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모비딕'에 출연한 여배우 김민희의 말이다.
'모비딕'은 1994년을 배경으로 서울 근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다. 황정민과 김민희, 김상호가 사건을 추적하는 사회부 기자로 나오고 진구가 정보를 제공하는 내부 고발자 역을 맡았다.
여기자 성효관 역에 도전하는 김민희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디까지나 주연을 떠받치는 조연 역을 충실히 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중심축은 이방우(황정민)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저 도와주는 연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죠. 실제로 선배들과 연기할 때 제 파트를 두드러지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거였지만, 그런 부분이 극적으로는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민희가 맡은 역은 공대 출신의 여기자다. 무뚝뚝하긴 하지만 할 일은 끝까지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다. 90년대를 통과한 거칠고 드센 여기자의 이미지는 아니다. 영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체험을 했지만 그런 경험에 크게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가 체험생활을 하루 만에 그만둔 이유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전반적인 것만 눈에 익히고 바로 나왔죠. 원래 기자들의 느낌과는 다르게 가고 싶었습니다. 실제 직업을 똑같이 모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느낌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판단했고, 캐릭터를 만드는데 그런 경험이 크게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김민희는 2009년 고현정ㆍ최지우 등과 함께 '여배우들'을 찍은 후 2년만에 '모비딕'으로 복귀했다.
꽤 긴 휴지기를 거친 그는 조만간 변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화차'에도 출연한다. '화차'가 끝나면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영화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제가 일하고 싶다고 해서, 또 쉬고 싶다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녜요. 그저 제가 일할 시기를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차'는 이미지 변신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전작이다.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나선 한 남자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의 미스터리물이다. 그는 모든 사건과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약혼녀인 '선영'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절 잘 이끌고 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글도 매우 좋고요.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옷 잘입기로 소문난 패셔니스타다. 어떻게 감각을 키웠느냐고 물으니 "좋은 걸 자주 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림이나 책, 사진 등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어떤 것이든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것에 노출되면 유리하고요. 패션잡지도 있죠."
그는 이요원과 호흡을 맞춘 '서프라이즈'(2002), 이미숙과 함께한 '뜨거운 것이 좋아'(2008) 등을 찍었다. 이례적으로 모두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영화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웃음) 영화를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에 드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죠. 당시 '시나리오'가 좋았던 영화들이었던 것 같아요."
김민희는 1999년 '학교 2'로 데뷔했다. 벌써 12년차에 이른 중견이다. 10편의 영화를 찍을 정도로 연기를 꾸준히 해온 그는 "이제 연기에 막 눈을 뜬 단계"라며 "연기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정말 시간이 빨리 흐르는구나 느껴요. 연기는 시작도 안 한 느낌인데요. 더 이루고 싶은 꿈과 욕심이 많아요. 신인 같은 느낌입니다. 0-100까지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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