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제주지방법원에서도 양윤모 평론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공사 방해 혐의로 구속돼 약 두달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지난 6월1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제주지방법원의 판사는 “그동안 피고인은 법정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귀하다고 말했었다”며 “피고인의 말처럼 자신의 신체도 존귀하기 때문에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도소 밖으로 나온 양윤모 평론가의 첫마디는 “강정마을은 평화롭냐”는 거였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나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스승이다. 앞으로도 강정 주민과 함께해나가겠다.”
한명의 영화평론가가 지난 두달 동안 사회면과 정치면에 두루 오르내린 건 이례적이다. 강정마을에는 멸종위기종과 특산종이 서식하고, 바다의 갈라짐이 하루에 두번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해군기지 공사가 완료되면 바로 이곳에 이지스함, 대륙상륙함, 구축함, 잠수함 등 20여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이 들어서게 된다. 양윤모 평론가는 3년 전에 이미 해군기지 건설을 막겠다며 강정마을 해안가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영화인들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갔던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원래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환경영화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강정마을에서도 주민들 몇분 정도만 나서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섬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는 2년 전부터 시민단체, 주민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동안에도 종종 영화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지지방문을 요청하고,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강정마을의 해안을 지키던 그는 4월6일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려던 건설사와 해군에 맞서 싸우다 강제연행됐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양윤모 평론가는 구속과 동시에 단식을 시작했다. 면회를 간 영화인들과 대책위원회쪽에서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단식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개인의 의지가 완고했다고 한다. 단식기간 도중 그는 찾아오는 몇몇 지인을 통해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내 뼛가루를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 곳곳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정지영, 변영주, 김경형 감독과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등의 영화인들이 지난 5월11일 양윤모 평론가의 석방과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인들은 “정부와 해군이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환경대책은 물론 주민동의라는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강행 중인 해군기지 건설을 철회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함께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뜻을 함께하는 영화·문화 예술인의 사명임을 오늘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순례 감독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고자 강정 앞바다를 지키려고 하는 것인데 양윤모 선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며 “주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 양 선생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외침에 제주도와 해군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양윤모 평론가의 의지는 상당히 걱정스럽다. 양윤모 평론가는 현재 제주대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오랜 단식의 후유증으로 당장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