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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스케치북'만큼은 없어지지 않았으면">
2011-05-31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처음 방송 시작할 때의 목표가 '100회 전에 잘리지 말자'였는데 다행스럽게 버텼네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유희열(40)은 활짝 웃었다.

프로젝트 그룹 '토이'로 활동하며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그는 2009년 4월부터 지금까지 '잘리지 않고'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을 이끌었다.

31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스케치북'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재밌는 방송을 목표로 달려왔다"고 운을 뗐다.

"사실 이소라씨나 윤도현씨가 음악방송을 할 때는 웬만한 가수가 나오면 다 괜찮았어요. 이 무대에 잘 어울리는 가수가 정말 많았던 시대였죠.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가 제한적이어서 '재밌는 방송'을 추구했습니다. 가리지 말고, 누가 나오든 음악을 베이스로 해 재밌는 방송으로 만들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죠."

그는 "무대 위에서는 내가 음악인이라는 생각을 지운다. 전문 MC라는 생각으로 몸 사리지 않는다"라면서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할지 모르지만 손님을 가장 잘 맞이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손님을 잘 맞는 진행자'가 되려고 어떤 노력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모르는 가수가 나오면 이것저것 미리 찾아보고 했는데 방송을 하다 보니 제가 너무 많이 준비하면 역효과가 날 때가 있더군요. 오히려 방송을 보시는 분들 정도의 지식을 갖출 때 더 나을 때가 잦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살짝만 공부해요."

'스케치북'은 10대 팬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부터 실험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초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희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누구냐'는 질문에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을 첫손에 꼽았다.

"루시드폴은 제일 오랫동안 '스케치북'을 함께한 친구인데, 그 친구가 그렇게 웃길 줄 몰랐어요. 그리고 1회 때 나오신 분도 너무 고맙습니다. 아, UV 신드롬(유세윤ㆍ뮤지)과 아이유도 기억에 남네요."

그는 이어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가수 이적을 '뮤지션으로서 자극을 받은 손님'으로 꼽으면서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을 보면서는 음악을 저렇게 즐겁고 유니크(독특)하게 할 수 있구나 생각했고, '만지다'라는 코너를 함께한 이적씨를 보면서는 성대를 부러워했다"고 소개했다.

'스케치북'은 지상파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폐지 바람, 금요일 밤 12시5분이라는 불리한 방송 시간대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유희열은 "현실적으로 밤 시간대에 음악 프로그램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흐름도 많이 변했지만 대중이나 방송사에 계신 분들이나 이 프로그램만큼은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KBS에는 노영심의 작은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같은 프로그램에 이어졌죠. KBS 음악 프로그램은 이제 클래식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게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거에요. 저는 이 흐름을 잘 건너가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유희열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스케치북' 이세희 PD는 "스케치북은 PD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보태기'에 나섰다.

100회 특집을 끝으로 '스케치북'을 떠나게 된 그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되기까지 너무너무 힘든데, 신기하게도 이 프로그램은 만드는 과정부터 끝까지 너무 즐겁다"면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오래가는 게 아닐까 싶다"는 말로 하차의 아쉬움을 전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방송 100회를 기념해 지난 13일부터 4주간 특집 공연을 방송 중이다.

31일 녹화해 다음달 3일에 방송되는 100회 특집 제4부 '더 뮤지션(The Musician)'에서는 기타리스트 함춘호, 베이시스트 신현권, 드러머 배수연, 건반 연주자 김효국,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등 국내 최고의 세션맨이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유희열은 "저는 가수가 아닌 세션으로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분이 남다르다"면서 "오늘 무대는 아주 크진 않지만,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기념사진을 찍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세희 PD도 "오늘은 MC가 초대한 최고의 세션맨들이 출연한다. 오늘만은 가수들이 조연"이라면서 "세트도 바꾸고 카메라도 더 많이 설치했다. 기대해달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유희열은 "늘 했던 대로, 지금 이대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이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이 모여 얼굴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서 "순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앞으로 꼭 초대하고 싶은 손님을 묻자 "가요사에 선을 그은 분이라면 모두 초대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선 조용필씨를 모시고 싶어요. 대중음악의 기본 같은 분이죠. 모든 걸 다 세운 분이기 때문에 꼭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훈아ㆍ이미자 선생님, 서태지씨도 모시고 싶어요. 가요사에 선을 그은 분들은 꼭 이 무대 위에서 뵙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rainmak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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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