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사전 선호도 평가 1위, 경연 1위, 가수별 공연 시청률 1위, 무편집 동영상 재생건수 1위.
가수 임재범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세운 기록이다. 그러나 그가 '나는 가수다'에 미친 영향은 이런 수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임재범의 무대를 두고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공연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게임의 틀을 다시 짜다 = 임재범은 음정, 발성, 기교 등 가창력의 기술적 요소가 '나는 가수다'의 청중 평가단을 사로잡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그가 지난 1일 부른 '너를 위해'는 음정과 호흡에서 완벽하지 못했다. 미세한 음이탈이 있었고 중간중간 호흡도 짧았다. 스스로도 노래가 아닌 넋두리를 했다며 불만족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임재범은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호소력이 기술적인 실수를 뛰어넘은 셈이다.
'빈 잔' 공연에서도 컨디션 난조로 목소리가 갈라지고 힘에 겨운 모습을 보였지만 장기호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단장으로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었다'는 극찬을 들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25일 "'나는 가수다'에서 음정이나 호흡 등 기술적인 요소는 크게 의미 없다. 대신 퍼포먼스와 선곡, 연출, 편집 등의 요소가 중요하다"며 "임재범은 목소리 안에 모든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다 녹아있다"고 임재범의 성공을 분석했다.
김작가는 "보컬리스트로 봤을 때 임재범은 일반인이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해서도 안되는 목소리"라며 "어떤 가수에게도 볼 수 없는 개성을 갖고 있다. 일반인이 훈련을 받아서 나오는 가성을 저음으로 뽑아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기 힘든 두성과 흉성을 쓴다"고 설명했다.
음색뿐 아니라 임재범은 무대 장악력에서도 다른 가수들을 압도한다. 지상렬의 말처럼 '무대를 씹어먹는 것 같은' 카리스마는 여타 가수들이 보여주기 힘든 성질의 것이다. 이런 그의 무대는 신기, 혹은 귀기로까지 표현된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러분' 공연 후 자신의 트위터에 "임재범의 노래가 깨닫게 해주는 건 신기다. 문제는 초월이다. 초월은 금 밖에 있는게 아니라 금이 사라지는 순간을 만든다. 다른 가수들이 모두 벗어나려고 할 때 임재범은 초월했다"고 평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스타의 탄생 =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자신의 노래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도 입증했다.
지난 13일에는 KBS 2TV '뮤직뱅크'에 11년전 발표한 '너를 위해'로 1위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가수다' 출연 전까지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스타라기보다는 야인에 가까웠다. 국내 정상급의 보컬이라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6년 시나위 보컬로 데뷔한 그는 1991년 솔로앨범으로 인기를 누렸지만 '얼굴이 알려지는 게 감당하기 힘들다'며 칩거생활을 반복했다. 간간이 음악활동을 할 뿐 방송과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고 공연 무대에서도 자주 볼 수 없었다.
이런 그에게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출연은 의외였다.
그가 밝힌 이유는 가족이었다.
임재범은 지난 1일 방송에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사전 선호도 에서 1위를 한 후에는 '기뻐하는 아내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며 아내가 아픈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대중에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각인시켰다.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선사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딸과 아내를 생각하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사실은 대중이 그에게 느끼는 거리감을 좁혀줬다.
그가 방송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아픈 개인사도 대중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나는 가수다'는 일반적인 음악 프로가 아니라 음악과 사람의 이야기를 같이 들려준다"며 "임재범은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어 폭발력이 있다. 노래 하나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보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더 절절하게 다가간다"고 말했다.
방송 중간중간 그가 던지는 개그는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나는 가수다' 관계자는 "임재범씨가 생각보다 예능 감각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첫 녹화부터 대기실에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임재범이 떠난 '나는 가수다'는 = 임재범의 출연에 '나는 가수다'의 성패가 달려있다던 김영희 전임 PD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출연 후 프로그램 시청률은 15%까지 상승했고 그와 관련된 단어들이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등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의 화제를 주도했다.
존재감이 컸던 만큼 그의 부재는 '나는 가수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자리를 메울 만한 보컬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그와 탈락자로 선정된 김연우의 후임으로 옥주현과 JK 김동욱이 투입됐지만 인터넷에서는 '역부족이다'는 반응이 대세다.
그러나 임재범의 하차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임재범의 등장으로 공연이 거칠고 야성적으로 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강한 걸 먼저 많이 보여주면 오히려 나중에 밋밋해질 수 있다"며 "완급조절 차원에서 임재범의 하차가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