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고의 사랑>.

드라마판에서 사랑받는 두 ‘홍 자매’ 작가가 있다. 이중, 홍정은, 홍미란 자매의 드라마를 보면 스스로 만든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는 주인공을 자주 만나게 된다. 완고하던 이들은 타인을 만나 그 틀에 균열이 생기며 인간미를 드러내는데 어디까지나 그 사람답게, 그게 매력이다.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이나 MBC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한예슬), 그리고 신작 드라마 MBC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이 그런 타입이다. 기본 성품의 변주로 웃음과 매력을 뿜어내는 홍 자매의 캐릭터에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이야기의 정서에 맞게 변주하거나 점층적으로 쌓아올려, 나중에는 그 음악만 시작되면 입꼬리부터 올라가게 되는 식으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음악이 꽤 어울린다. <환상의 커플>이 좋은 예로, 양이 과하긴 하지만 이런 음악 사용은 목적도 있고 효과도 기대한 대로다.

극장처럼 독립되어 있지 않은 시청 환경에서 호흡이 긴 극을 끌어가야 하는 TV드라마는 대사나 배경음악들이 이전 상황과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진행을 유추할 수 있도록 쓰여진다. 듣는 정보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상황마다의 감정들을 배경음악으로 견인하려는 시도가 지나치면 개별적이어야 할 인물들의 감정마저 상투적이 되고 만다. 이렇게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도 그냥 음원 판매가 목적인 경우도 있겠지. 플래시백+발매된 O.S.T의 가창곡으로 도배된 16부작 미니시리즈의 15부 즈음처럼.

SBS <마이걸>을 포함해 홍 자매의 전작들 역시 음악 사용이 과한 편이었는데 <최고의 사랑>이야말로 그 정점을 찍었다. 웃긴 상황에는 웃으라는 음악, 슬프면 슬프라는 음악, 무언가 패러디하면 무엇을 패러디했는지 적시하는 음악에 각종 동작마다 효과음들이 따라붙는다. 쉴새가 없다. 한회 동안 음악이 깔리지 않은 시간이 10분이나 될까?

<최고의 사랑>은 톱스타 독고진이 심장수술을 받을 때 수술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인 국보소녀의 <두근두근>에 독고진의 심박수가 빠르게 반응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삶을 심박수 60~90 사이의 정상 범위 안에서 유지하고 싶어 하는 톱스타가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한 전 국보소녀 리더 구애정(공효진)에게 반응하는 것도 구애정의 휴대폰 벨소리 <두근두근>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하던 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 ‘소리’가 중요하다면 그외의 소리를 더 섬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수술실에서 마취 상태의 독고진이 체험한 아득한 노래와 구애정의 휴대폰 벨소리, 그리고 구애정이 거울 앞에서 직접 흥얼거리는 <두근두근>은 같은 멜로디이지만 독고진에겐 이상징후의 발단과 각성과 재확인으로 감정의 중요한 매듭이 되는 소리들이다. 여기에 나도 귀를 기울이고 싶은데, <두근두근>의 멜로디 없이도 독고진의 마음이 저릿하게 움직인 순간을 나도 같이 새기고 싶은데, 이 드라마는 도무지 틈을 안 준다.

께느른한 목소리로 명령하는 거만한 톱스타가 자기 심장이 왜 뛰는지 몰라 당황하고 자꾸 삶에 끼어드는 누군가를 밀쳐내려 하며 어느새 들어앉은 그 누군가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가끔씩 심장이 저릿한 감각들. 이건 인기남과 못난이 여자 캐릭터간의 로맨스에 공감의 불을 지르는 전통적인 장치다. 이것과 유사한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들은 그토록 애를 쓰는데, 홍 자매는 그 가슴 뻐근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재주가 가히 국대급인데! 안타깝게도 그 감각을 침범하는 다른 소리들이 너무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