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베이앙 개인전: Spacing> / 5월20일~8월18일 /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 & 선화갤러리 / 02-2002-7777 광화문에 도착했다는 걸 확인하는 방법. 빌딩 숲 사이로 망치 든 거인이 보이면 그곳은 광화문이 맞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가 제작한 <해머링 맨>은 그렇게 지역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5월20일부터는 <해머링 맨> 근방에서 길이가 9m나 되는,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개인전 <Spacing>이 <해머링 맨>이 위치한 흥국생명빌딩 3층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La Carosse>(프랑스어로 ‘마차’라는 뜻)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거대한 조형물로, 흥국생명빌딩 야외에 설치된다.
자비에 베이앙은 아직 한국 관객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베르사유 궁전쪽이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에 이어 두 번째로 궁을 전시 장소로 내어줄 만큼 프랑스에서 명망있는 아티스트다. 베이앙 작품의 특징은 ‘절제미’다. 그는 사물이나 주제를 미리 상상한 다음, 그 상상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생략하고 압축한다. 그렇다고 자비에 베이앙을 ‘절제와 생략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는’ 미니멀리스트라 단정할 수는 없다. 미니멀리스트들이 생략에 생략을 거듭한 뒤에 얻는 것이 ‘물질’이라면 베이앙이 최후에 얻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질, 실존 등 정신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다섯개의 건축가 조각상은 자비에 베이앙이 추구하는 작품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클로드 파랭, 필립 보나, 리차드 로저스, 노먼 포스터, 안도 다다오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조각을 제작했다. 생략의 미를 가감없이 발휘한 <리차드 로저스>나 얼굴 표정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노먼 포스터>는 모두 건축가 개개인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복싱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의 조각상에서는 첫 직업을 복서로 삼았던 건축가의 과거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처럼 자비에 베이앙의 작품세계에서 압축과 생략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Spacing전>에서는 인물·기하학 조각, 영상조형 등 총 12점의 작품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