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썸머> 6월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출연 예지원, 서범석, 이석준 / 1588-5212 서른다섯 이혼 전문 변호사 헬레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유부남 애인에게도 늘 쿨하다. 속내도 그렇냐고? 애인의 갑작스런 약속 취소 문자에 “쏘쿨”하게 답장 날리자마자 헬레나는 와인바를 훑는다. 그날 밤 외로움을 달래줄 파트너를 찾기 위해. 동갑의 동네 건달 밥이 걸려든다. 그렇게 둘은 제목처럼 낮이 길던 날 밤 우연찮게 하룻밤을 보낸다. 이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전날 밤의 과음으로 동생의 결혼식을 망치다시피한 헬레나와 거액의 현금을 수중에 쥐게 된 밥. 둘은 현금 뭉치를 하룻밤에 다 써버리겠다고 결심한다. 무인 주차장의 표시 문구 ‘Change is possible’을 ‘거스름돈 있음’에서 ‘변화는 가능하다’로 읽게 된 것처럼. 둘의 삶은 하룻밤 사이 180도 바뀐다.
연극 <미드썸머>는 만으로 꽉꽉 누른 서른다섯살 남녀의 하룻밤을 통해 중년으로 가는 나이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많지 않은 소품과 무대 변화도 크지 않은 소극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배우들의 역량이었다. 주인공 밥과 헬레나는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 연기하는 2인극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쉴새없이 뛰고 노래 부르고 소리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숨가쁘게 움직였다. 심지어 여러 차례 객석까지 침투한다. 주인공이 와인을 마실 때 관객에게도 한잔씩 따라주고, 밥의 인생관에 대해 물어볼 기회도 준다. 유쾌하게 진행되던 극은 종반부로 가면서 다소 힘에 부친다. 그래도 10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예지원과 뮤지컬계서 잔뼈가 굵은 서범석의 다재다능한 끼는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