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남산타워에 엄청나게 큰 전광판을 달고 공연하는 꿈을 꿔요. 가수는 남산타워 아래서 공연하고 이 무대를 서울 시민 누구나, 어디서든 전광판으로 보는거죠.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그룹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김재중(25)은 "공연 연출이 재미있냐"는 한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아이디어를 줄줄이 쏟아냈다.
최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중은 공연 연출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무대와 세트가 LED와 조명으로 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공연장 천장을 걷는 퍼포먼스도 해보고 싶고요. 스트레스도 받지만 무대에 쏟아낼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요."
그는 'JYJ 월드투어 콘서트 2011'의 총감독을 맡은 데 이어 다음 달 11-12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의 첫 갈라쇼 연출도 담당한다.
두 공연에서 그는 무대 연출은 물론 곡 작업, 안무, 의상까지 진두지휘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JYJ 멤버들과 스태프 사이에서 "김감독" "김연출"로 불린다.
JYJ는 최근 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권 공연을 마친 상태다. 오는 20일 캐나다 밴쿠버 로저스아레나를 시작으로 22일 미국 뉴저지 푸르덴셜센터, 27일 로스앤젤레스 노키아시어터, 다음 달 3일 산호세주립대 이벤트 센터 등지를 도는 북미 투어를 앞두고 있다.
그는 "국가별 공연장의 특성과 현지 공연 법규에 따라 제작 여건의 변화가 있어 한 무대, 한 무대 할 때마다 계속 배우고 있다"며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재미도 있고 내가 구상한 무대에 멤버들과 오르니 성취감도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출을 하며 '팬들이 이 곡에서 이렇게 하면 더 좋아하겠지'란 생각이 적중했을 때 진짜 기분이 좋아요. 멤버들도 가수의 마음을 이해한 동선, 무대 구성에 만족하는 것 같고요."
그는 동방신기 시절 국내와 일본 등에서 수없이 서본 무대 경험들이 공연 연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용필 선생님이 이번 공연에서 무빙 스테이지를 선보이셨다고 들었어요. 우리도 일본에서 트랜스포머처럼 무대가 쪼개지고 합체되는 스테이지에 서 본 적이 있어요.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일본에서 해봤거나 봤던 것들을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어요."
JYJ 월드투어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손연재의 첫 갈라쇼 연출에도 한창이다. 다른 사람의 연출을 해보는 것은 처음인데다, 가수의 공연이 아니기에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낯선 분야여서 공부를 하며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를 많이 했어요. 몸의 섬세한 동작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음악을 2분30초 안에 편집하고 편곡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죠. 오늘 안무가들과 회의를 하며 곡과 안무에 맞는 의상 스타일도 논의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워요."
그는 "리듬 체조 도구는 단조롭지만 갈라쇼인 만큼 재즈 댄스 등 현대적인 안무를 접목해 손연재 씨의 변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손연재 씨가 원하는 점을 잘 듣고 그의 장점을 살려주는 게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연의 기본 틀인 밑그림을 그리고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가는 과정을 통해 재미있는 상상력이 계속 생겨난다고 말했다.
"언젠가 정말 해보고 싶은 건데, 2천석 정도의 중극장에서 전체 무대가 LED로 된 세트에서 조명을 활용해 30곡 전체를 선보이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입체감있고 색감이 화려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최면을 걸듯 판타지 공간을 만드는 거죠. 조금 나이가 들면 작은 무대에서 어쿠스틱한 라이브 공연도 해보고 싶고요."
창작에 흥미를 느끼는 그는 JYJ 무대에서 선보이는 곡들도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하고 있다. 이번 JYJ 월드투어에서 선보인 신곡인 '겟 아웃(Get Out)'과 '인 헤븐(In Heaven)' 등의 곡도 그가 작사, 작곡했다.
그는 "작곡은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습작한 것이 성과를 내는 것 같다"며 "악기 다루는 걸 좋아해 피아노도 독학했다. 최근에도 좋은 곡을 하나 썼는데 빨리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후 신곡을 원활하게 알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방송사들은 JYJ가 SM과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출연에 제재를 가했고 음반유통사들도 JYJ와 손잡는데 난색을 표했다. 그런 탓에 이들은 신곡을 공연으로 알리고 있다.
"예전에는 그게 무척 속상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제 견디기로 했어요. 지금 제가 여러 개의 휴대전화를 사용 중인데 그중 하나의 초기 화면이 동방신기 다섯 멤버들과 찍은 사진이에요. 이때의 추억과 기억을 잊은 척 살고 싶지 않아요."
이어 그는 "준수가 뮤지컬 배우, 유천이가 연기자로 자리잡았다"며 "지금 난 김재중이란 이름으로 홀로 뭔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 내 힘으로 누군가가 빛을 보게 하는 연출 작업은 매력있다. 기회가 닿는 한 내 역량 안에서 열심히 해볼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mimi@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