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KBS 전현무 아나운서는 1년 전 인터뷰에서 예능에 목마르다고 했다.
당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서 입지를 굳히던 그는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을 꼽으며 순수 예능 프로에서 자신의 밉상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1년이 지나고 그는 그토록 원하던 '남자의 자격' 새 멤버로 발탁됐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로 '비주얼 덩어리'라 불렸던 배우 이정진의 후임이다.
최근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그는 "20~30대 여성 시청층을 담당하던 분 대신 들어가는 거라 굉장히 부담된다"며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각오가 앞서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눈 둘 데가 이정진씨 밖에 없었는데 이제 눈 둘 데가 없지 않나. 비주얼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짜고 있다"는 말이 너스레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일부러 웃기려 하기보다는 저란 사람의 진면목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제가 우스꽝스런 부분은 많이 보여 드렸잖아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진행자의 역할을 하면서 '아 역시 KBS가 아나운서를 뽑은 게 맞구나'라는 걸 시청자들이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는 '남자의 자격'을 '예능 인생의 새로운 도전'으로 정의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처음인데 정말 내일 뭘 찍을지도 안 가르쳐 주더군요. 각색이나 윤색을 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전현무를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의외로 아나운서로서의 똑똑한 모습이 드러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나를 그대로 보여 드렸는데 '쟤는 어떻게 아나운서가 됐지' 하는 얘기가 나오면 난감할 것 같아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자의 자격' 멤버로 발탁된 데는 지난달 방송된 양준혁의 몰래카메라 편이 큰 몫을 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전현무는 이경규의 앞잡이 역할을 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방송에서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착한 예능이 더 빛을 내고 멤버들이 산다'며 대놓고 출연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면접을 보는 마음으로 방송이 되든 편집이 되든 상관없이 계속 떠들었다"며 "아마 내가 떠든 내용은 PD가 편집하면서 모두 봤을 거다. 그때 내가 예능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의 진정성을 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리인 만큼 그는 처음 제작진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전화로 얘기를 들었는데 평소 같으면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을 텐데 오히려 더 차분해졌어요. 그전에 PD를 따로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죠. PD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분 예상대로 저는 들어오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이었죠."
일단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프로그램 적응은 쉽지 않은 과제다.
기존 멤버들이 2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데다 전현무는 이들과 사적인 친분도 거의 없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건이지만 그는 "첫 녹화를 하며 제대로 한번 밉상을 떨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첫 녹화때 사실 떨었는데 텃세를 전혀 못 느꼈어요. 뭐 저만 못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착하고 진국이기 때문에 멤버 중에 인간성으로 따지면 제가 제일 못돼먹지 않았나 싶어요. 이경규 선배한테도 그냥 제 밉상 캐릭터대로 들이댔는데 쿨하게 웃어넘겨 주셨어요. 너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다 받아주시겠다고는 하는데 사실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에 합류하면서 그는 더 바빠졌다.
'비타민' '영화가 좋다' '퀴즈쇼 사총사'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만 3개에다 최근에 토크쇼 '유쾌한 시상식 그랑프리'의 MC까지 맡아 예능 대선배인 신동엽, 탁재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팍팍한 스케줄이지만 전현무는 기분 좋게 바쁘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형식의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그의 출연료는 KBS 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회당 2만원이 채 안된다.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하면 100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그는 "출연료는 이미 초월했다"며 "그런 것 갖고 스트레스받았으면 못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본격 예능 입성의 꿈을 이룬 그에게 다음 목표는 뭘까.
"입사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훌륭한 예능 MC가 되는 겁니다. 유재석씨와 강호동씨를 항상 생각해요. 그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예능 MC 톱 10안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도 그분들 볼 때마다 뭘 먹고 저렇게 잘하지 하면서 놀라요. 그런 부러움의 양이 줄어들 때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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