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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주인공 같도록 추격신 만들었죠"
2011-05-05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박중훈과 이선균이 형사로 등장해 실적 다툼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 '체포왕'(4일 개봉)은 웃음과 액션, 드라마를 경쾌하게 버무렸다.

유쾌한 코미디가 강점인 이 영화는 범인 추격신도 빼어나다. 형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의 옥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범인을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이 장면은 박진감 있으면서도 코믹하단 점이 독특하다.

임찬익 감독은 최근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느낌으로 추격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는 추격신이 몇 줄밖에 안 되는데 장소 헌팅을 가서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건물 사이에 보니 틈이 있기에 의찬(이선균)이 건물에 끼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조형사(이성민)가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장면도 장소를 먼저 보고 만든 거죠.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느낌으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옥상 추격 장면은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저지른 김길태가 옥상에서 도주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본 얼티메이텀'의 모로코 옥상 추격신도 참고했다고 임 감독은 소개했다.

철저한 준비 끝에 지난해 11월 말 크랭크인 하자마자 아현동 추격신을 9일간 찍었다. 재개발이 확정된 곳으로 주로 나이 많은 세입자들이 살았는데 다른 지역 주민들과 비교해 촬영에 협조적이었다며 그는 주민들에게 고마워했다.

'체포왕'은 그의 장편데뷔작이다. 임 감독은 다른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고쳐 쓰면서 탈옥한 조직폭력배를 잡는다는 설정을 '마포 발바리'를 추적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국회도서관에 가서 논문을 찾아보면서 범행 패턴 등을 연구했다. 극 중 성폭행범이 범행 후 진공청소기로 증거를 없앴다는 설정도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다.

임 감독은 투자사가 결정되고 나서는 형사들을 직접 만나 사실성을 높이려 애썼다. 극 중 설정과 같이 실제로 지방경찰청마다 '포도왕' 등의 이름으로 검거실적 우수자에게 포상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형사가 범인과 대결하는 보통의 영화와 달리 형사끼리 실적 다툼을 벌이는 '체포왕'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박중훈과 이선균의 조합은 제법 잘 어울린다. 임 감독은 박중훈을 먼저 캐스팅한 다음 이선균을 기용했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상반돼야 하니 좀 엉뚱한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선균을 캐스팅했어요. '옥희의 영화'에서는 '찌질한' 남자로 나오고 '파스타'에서는 버럭 하는 셰프였는데 그 둘을 합치면 괜찮을 것 같았죠."

그는 촬영하면서 날씨 때문에 갑작스레 상황이 바뀔 때가 가장 난처했지만,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며 웃었다.

재성(박중훈)과 의찬(이선균)이 귀찮은 일을 떠맡지 않으려고 서로 미루는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임 감독은 "끝까지 코미디 영화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말 좋은 경찰이라기보다는 귀찮은 건 안 맡으려는 평범한 경찰인 거죠. 여자친구 안 데려오면 자살하겠다는 남자한테까지 정의감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관객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따뜻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큰 기대 안 하고 극장에 가도 보고 나면 '괜찮네'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학 시절 '시네 키드'라고 자부했던 그는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부대 안에 있는 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섭렵했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제대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진학했다.

충무로에서 영화 5편에 현장편집과 조연출로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5년간의 준비 끝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임찬익 감독은 두번째 연출작까지 이미 정했다. 데뷔작으로 하고 싶었던 멜로 영화로, 평범한 사람이 탁구를 우연히 접하면서 새로운 꿈과 사랑을 찾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연출 외에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자신이 작곡한 곡을 단편에 넣기도 했다는 임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처럼 영화음악도 직접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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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