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유인나가 얼굴을 내 앞으로 들이밀면서 말한다. ‘면도 안 했네. 내가 면도해줄까?’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뇌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말 앞에서는 갑자기 금치산자가 돼버린다. 묘하게 섹슈얼한 CF. 유인나의 맘이야 고맙지만 CF는 CF일 뿐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게 면도까지 해줄 여자친구들도 드물뿐더러 자칫 삐끗했다가는 얼굴에 아디다스 삼선 로고가 생기는 것도 감수해야 할 판. 그래서 지금 소개하려는 건 질레트의 수제 면도기가 아니라 현빈이 광고한 필립스의 야심작 센소터치 시리즈다. 응? 그 제품 연초에 나왔던 거 아니냐고?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연초에 출시됐던 면도기는 센소터치 3D고, 지금 소개할 제품은 살짝 다운그레이드된 센소터치 2D 제품이다. 굳이 더 하향된 기능의 제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가격대비 성능에서 오히려 더 적절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필립스가 센소터치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투자한 마케팅 비용은 상당했다. 그렇게 물량전을 벌이는 건 이미 수많은 제품을 생산해 온 필립스로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 그건 필립스가 이 제품에 걸고 있는 기대감을 보여주는 단서기도 했다. 당시 써본 센소터치 3D는 과연 필립스의 기대감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이었다. 필립스 특유의 3헤드가 가지는 유려한 디자인은 여전했고, 입체적으로 움직인다는 헤드의 움직임은 수염은 수염대로 깎으면서 피부가 받는 자극은 덜했다. 여기에 기존의 건식면도뿐 아니라 젤과 폼을 이용한 습식면도까지 가능하니 한동안은 이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센소터치 3D의 소비자가는 40만원대. 좋은 제품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건 여자들 얘기 혹은 백이나 코트처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의 얘기일 뿐 욕실에 두고 하루에 2~3분 쓸 제품치고는 가격대가 주는 심리적인 장벽이 꽤 높았다. 실제로도 정확한 판매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에 비하면 구매 열기가 체감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서 필립스가 취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간단하다. 센소터치 3D의 가장 큰 약점인 가격대는 크게 낮추면서 성능은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래서 나온 제품이 지금 소개할 센소터치 2D 제품인 RQ1160CC다. 어감이 주는 느낌과 다르게 3D와 2D 사이에 엄청난 간격이 있는 건 아니다. 헤드 부분이 좌우로만 움직이는 것이 2D라면 3D 제품은 360도 회전한다. 덕분에 더 깔끔한 면도가 가능하고 턱, 목, 턱선처럼 애매한 부분들을 면도하기에도 더 용이하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턱과 코밑뿐만 아니라 다크서클 바로 밑까지 털이 자라는 외국인과 체질적으로 좀 다르다. 피부가 부드럽고 체모가 많이 나지 않는 동양인들에게 3D는 다소 과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니까 2D 제품만 해도 성능은 충분하다는 말이다. 피부 아래의 수염도 들어올려 편안하게 밀착 면도하는 슈퍼 리프트 앤드 커트 기능이나 수염과 구레나룻 손질을 위한 프리시전 트리머 기능 등은 여전하다.
1시간 충전으로 최대 17일 동안 쓸 수 있는 막강한 충전기능이나 블루 계열의 청량한 디자인과 컬러를 가졌으면서도 가격은 20만원대. 이 정도면 굳이 면도해주겠다는 여자친구 없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