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까지 / 신촌 The STAGE / 출연 이석준,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 02-312-9940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20대 상우는 물었었다. 이 물음에 결혼 12년차는 되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두 커플이 있다. 네명 모두 20대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연극은 식탁에서 게이브, 카렌 그리고 베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탐의 외도 사실을 두 친구에게 털어놓는 베스. 탐을 ‘뱀 같은 놈’이라며 욕하는 카렌, 그리고 중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이브. 이들의 12년간의 결혼생활 뒤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탐은 이제는 자신의 불행을 끝내고 싶다고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삶을 찾아 떠나겠단다. 결국 탐과 베스는 결혼이란 ‘약속’을 놔버린다. 이혼의 충격도 잠시, 베스 역시 진짜 운명을 만났다면서 새 출발을 꿈꾸며 행복해한다.
이들을 지켜본 카렌과 게이브. 서로 맞지 않았다, 라고 하기엔 12년은 긴 세월. 그 시간을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카렌과 게이브는 당황한다. 그 둘을 소개시켜줬고, 결혼한 뒤에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휴가도 함께 즐기며 보낸 시간들. 탐과 베스는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카렌과 게이브는 흔들린다. 그러면 우리는? 우린 행복해? 흔들림 속에서도 카렌과 게이브는 결혼이란 ‘약속’을 놔버리진 않는다.
어느 부부의 삶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연극은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바람난 탐조차도. 극은 흔히 연상되는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에 대한 응징으로 풀어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린 지끔껏 제 인연이 아닌 사람과 억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너무나 지독하게 솔직하다. 이때 ‘우리 부부만 그런 게 아니구나’란 안도감과 ‘우리 부부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란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극 후반부. 게이브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것들이 당연히 있다고 말한다. 탐은 자신의 행복을 찾을 거라고, 아이들이 불행을 참으면서 살아가는 자신들을 보면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탐과 게이브가 기차역에서 나누는 이 대화에서 연극 <디너>는 증명한다. 가장 중요한 건 결혼과 이혼의 여부가 아니라 ‘행복’임을.
연극 <디너>는 오늘 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오래된 부부에게 묻는다. ‘댁네는 안녕하신가.’ 해답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