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부당거래> 인터뷰 이후 두 번째 뵙습니다. 그런데 언제 직업까지 바꾸시고. =어이쿠 고객님, 반갑습니다. 저는 언제나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비록 지난번 떡검사 파문으로 잘리긴 했지만 저의 자리는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험을 만나게 됐습니다. 고객님의 꿈이 곧 저의 꿈입니다. 자, 여기 생활이 불규칙한 기자님들을 위한 좋은 상품이 하나 나왔습니다. 여기 사인만 하시면….
-아, 괜찮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보험을 들어놔서요. 그런데 어떻게 또 제 바뀐 연락처를 아시고 따라다니시는지. =제가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고객님이 계속 어딜 돌아다니시는 거죠. 전 늘 자석처럼 하하하. 암튼 알겠습니다. 사인 안 하셔도 되니까 여기에 그냥 이름만 하나 크게 써주십시오. 제가 기자님 성함을 까먹어서 그렇게 해서라도 좀 외워야겠습니다.
-역시 능력있는 분이시라 법조계에서 보험업계로 넘어오신 다음에도 성과가 좋으시더군요. 1년 만에 업계 최고의 보험왕 자리에 오르셨으니. =뭐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전 늘 고객님께 딱 맞는 보험만 권해드립니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임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주어지게 됐네요. 암튼 암 발생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는 현대사회에서 저희 회사의 보험은 언제나 고객님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때입니다. 여기 보세요. ‘이미 너무 많은 보험을 든’ 고객님을 위해 또 아주 좋은 상품이 나온 게 있습니다. 여기 약관을 한번 살펴보시고….
-이거 오늘 제가 왜 왔는지 모르시나본데, 우후죽순으로 가입을 권유하고 허위로 상품소개를 해서 보험왕이 됐다는 내사가 들어와 있어요. =아, 물론 제가 몇년 전에 좀 찜찜한 계약을 몇건 한 게 있어요. 하지만 전부 고객님의 뜻이었습니다. 기러기 아빠에게 조류독감 보험, 병세가 급속하게 퍼질 수 있으니까 무좀 걸린 할아버지에게 암보험, 전부 맞춤형 보험들입니다.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 정말 억울합니다.
-게다가 연예인 팬 사인회마다 참석하셔서는 사인 받는 종이로 보험계약서를 내밀며 대량으로 사인을 받아 연예인들을 강제 가입시켰다는 제보도 접수됐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다 어떡하실 겁니까. 그 어린 유승호씨가 치매보험 든 거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유승호씨 요즘 너무 스케줄이 많아요. 다크 서클도 있는 거 같고요. 그래서 제가 미리미리 준비하시라고 치매보험 제안 드린 거 아닙니까. 제가 뭐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키는 사람으로 보이세요? 정말 섭섭합니다.
-그런 항의는 법정에서 하시고요. 당신처럼 입싼 사람들을 위한 좋은 보험 하나 소개해드릴 테니, 자 함께 가십시다. 약관은 당신 하는 걸 봐서 제가 정하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