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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이런 광기에 오케스트레이션이라니

<악마를 보았다>(감독판) O.S.T

잔인한 영화는 못 본다. 온몸이 뻣뻣해진다. 근육이 팽팽해진다. 덜덜 떤다. 억울하게 벌선 기분이다. <악마를 보았다>가 그랬다(제목부터가 말이다!). 그래서 새벽 3시에 영화를 보고, 비장하게 줄담배를 피우며 김도훈 기자를 생각했다. 굳이 이걸 강조했단 말이지(두고 보자). 물론 음악도 생각했다. 이래 봬도 프로니까. 영화의 음악감독은 모그(MOWG)다. 베이스 연주 음반으로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영화음악은 주로 타악기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구성되었다. 우아하고 단단한 리듬, 요컨대 가파른 퍼커션과 기러기 같은 건반이 피투성이 화면을 활강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 경철(최민식)에게 살해당한 애인의 복수를 ‘완성’한 수현(이병헌)이 울음을 터뜨릴 때 흐르는 테마가 인상적이다.

다만 우리는, 도덕과 쾌락 사이에서 찝찝한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모그는 장르적 긴장의 상승을 위해 음악적 아이러니를 사용했지만 영화가 끝나면 이 아이러니는 일상으로 스며든다. 누구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긴장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필요조건일지 모른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음악이 그 역설을 강조하고, 또 순화시킨다.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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