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곡이라며 10cm의 <아메리카노>가 흘러나온다. 굳이 이들의 노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커피 한잔은 도시인들의 삶에 거의 필수적인 뭔가가 됐다. 언젠가부터 밥집보다 커피 전문점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니까. 하지만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생기는 속도와 비례해 불만도 그만큼 많아진다.
원두 한 봉지 가격은 얼마 하지도 않는다는데 굳이 별다방이나 콩다방에서 5천원을 주고 커피 한잔을 마시자면 5천원이 주는 사치스러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가도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싶은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편의점 아메리카노들은 그 인공적인 맛들에 고개를 돌리게 되고, 원두를 직접 볶자니 그건 너무 귀찮다.
비슷한 이유들로 캡슐커피머신의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캡슐 하나에 600~800원가량만 들이면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래 먹고 싶었던 아메리카노의 맛을 (그것도 아주 편하게)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
최근 네스프레소는 픽시라는 가정용 캡슐커피머신을 선보였다. 이미 ‘시티즈’ 시리즈로 재미 좀 본 뒤의 보급형 제품이다. 제품을 박스에서 꺼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작네?’다. 네스프레소가 이제까지 발매한 머신들 중 가장 작은 사이즈. 외관은 ‘판타스틱’은 아니어도 ‘굿’ 정도는 되고 무게도 가볍다. 베스트셀러였던 네스프레소 시티즈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물론이고 편의성도 좋아졌다.
자, 일단 전원을 넣었다. 알루미늄 패널 사이로 하얀 불빛이 반짝거린다. 주방이 어두웠던 덕택에 불빛이 훨씬 다이내믹하다. 캡슐을 넣어보는데 커피를 장착시키는 과정이 꽤 재미있다. 제품 위에 달린 손잡이를 내리는 형식이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을 이용하는 액션 덕택에 커피를 직접 내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소음은 이전 커피머신들에서 느끼는 그 정도다. 특별히 조용하거나 진동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은 반전이 있다. 추출 시간. 예컨대 나처럼 아침 졸음 상태가 오래 가는 사람들, 출근 전에 어떻게든 모닝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픽시는 훌륭하다. 모두 알 거다. 아침의 1분은 저녁의 1시간과 맞먹는다는 것. 픽시가 원액 추출에 걸리는 시간은 제품 설명서에는 30초, 직접 초시계를 들고 재본 결과는 31~32초다. 다른 머신들은 평균 10~20초 정도 더 걸린다. 여기까지는 합격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커피맛. 픽시는 이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냉동 건조된 캡슐에서 나온 커피맛치고는 훌륭하다. 픽시의 가장 큰 경쟁자인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와 비교하면 더욱더 그렇다. 돌체구스토는 픽시보다 더 작고, 값도 싸다. 귀엽고 예쁜 디자인 덕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기능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돌체구스토의 아메리카노가 밍밍하고 입맛에도 맞지 않았던 입장에서는 좀더 비싸고 크지만 픽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3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