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까지 / 충무아트홀 대극장 / 출연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차지연, 최현주, 옥주현 등 / 02-6391-6333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어서 와 기다릴게 지옥의 문앞에서~.’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돌아왔다. 지난해 초연보다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우선 충무아트홀 대극장으로 옮긴 무대는 제 옷을 찾아 입은 느낌이다. 3배나 커진 극장은 영상과 세트, 조명의 효과를 높여 스펙터클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초연 당시 가장 많이 지적받은 2막의 급작스러운 마무리도 일부 보완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확실히 통하는 구석이 많다.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지킬앤하이드>만큼 강렬하다. 에드몬드가 지옥에서 살아돌아와 복수심을 토해내는 1부 마지막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가슴 벅차게 폭발적이다. 그 밖에 메르세데스와 에드몬드의 듀엣곡 <언제나 그대 곁에>, 해적선 여선장의 <진실 혹은 대담>, 빌포트 검사실에서 배신자 3인방이 부르는 <역사는 승리자의 것>, 지하감옥에서 울려퍼지는 <하루 하루 죽어가>도 중독성이 강하다.
다만 한 장면의 변화가 아쉽다. 감옥신. 이 작품은 14년간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한 남자의 복수극이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어떤 이유나 설명도 없이 절망의 낭떠러지로 떨어진 한 남자. 억울한 14년의 감옥생활은 그 남자에게 최악의 고통과 절망을 안겨준 순간일 것이다. 이 순간 유머는 존재할 수 없다. 한데 이번 무대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아 신부와의 만남은 웃음 포인트다. 이 신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재밌는 장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고통을 받는 자에게 재미란 있을 수 없다. 이 감옥 장면만은 옥에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