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노민우(25)는 재주가 많다.
록 밴드 '트랙스'의 드러머 로즈로 얼굴을 알린 그는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며 취미 삼아 시작한 그림에도 재능을 보이고 있다.
요리 솜씨도 제법이다. 오랜 자취 경력에서 비롯된 '생계형 요리'는 물론이고 MBC 드라마 '파스타' 출연 때 배운 파스타 요리 실력도 웬만한 주부 못지않다.
그런 노민우가 요즘 가장 재미를 붙인 분야는 바로 연기다. SBS 월화극 '마이더스'에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재벌 2세 명준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체중을 9.5㎏이나 줄일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만난 노민우는 "이제야 연기의 재미가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연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대사하는 동안 제 대사 생각하느라 바빴어요. 당연히 상대방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대사하는 건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죠"
그는 "이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또 선배들이 하는 것도 보니 연기라는 건 정말 본능적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면서 "순수하게 극 중 상황에만 몰입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상대방의 대사도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게 악기였어요. 그래서 감정을 표현할 때는 악기든 뭐든 들고 하는 게 익숙했죠. 그런데 성인이 돼서 연기를 하려고 카메라 앞에 서니 너무 허전한 거에요.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마치 무기를 뺏긴 병사 같은 기분이었죠.(웃음)"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후로 한시도 악기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던 그가 '홀로서기'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악기와의 이별'에 적응이 되자 노민우의 연기는 한층 나아지기 시작했다.
'파스타'에서 빛나는 외모에 상당 부분 의지했던 그는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 신비에 싸인 인물 박동주를 연기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음악 인생을 그린 드라마 '락락락'에서는 기타 연주 실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뽐내며 '노민우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락락락'은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어요. 제가 존경하는 김태원 선배의 인생을 그린다는 것도 그렇고 대본도 너무 좋았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너는 김태원 역할이 안 어울린다'고 말했지만, 저는 극 중 김태원 선배의 모습과 제가 정말 닮았다고 생각했고 또 닮은꼴로 표현할 자신이 있었어요."
노민우는 '락락락'의 명장면으로 4부에 등장하는 김태원·김재기의 낚시터 대화 장면을 꼽았다.
"극 중 태원이 재기한테 '나는 까만 하늘이었어. 저 수많은 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까만 하늘. 나도 한 번쯤은 저 별처럼 빛나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대사를 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죠. 한때 저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같이 활동을 시작한 친구들이 다 잘 됐는데, 저는 기약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니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죠."
그는 무명 시절의 아픔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게 된 게 '락락락'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라고 말했다. 덕분에 이제 인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배우가 됐다는 것.
노민우는 현재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자유분방한 행동과는 달리 내면은 무척 여린 남자 명준을 연기하고 있다.
재산 증식에만 관심이 있는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신물이 나 파티와 연애로 소일하던 명준은 간호사 정연(이민정)을 만나 삶의 전기를 맞지만,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것을 알고 절망하게 된다.
노민우는 "명준이는 지금까지 드라마에 나온 재벌 2세 캐릭터와는 달리 굉장히 마음이 약하며, 일종의 애정결핍 상태"라면서 "기존의 재벌 2세 캐릭터와는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대선배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정극이라는 점도 끌려 '마이더스'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막바지로 치닫는 '마이더스'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아무래도 도현(장혁)의 복수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명준이도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라면서 "명준이의 이야기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민우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노민우는 "'마이더스'에 집중하느라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면서 "망가지는 역할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배역 안에 내가 흡수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지만, 전작들과 좀 달랐으면 하는 욕심도 커요. 명준이가 어두운 캐릭터였으니 다음에는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연기자로서 내 이미지가 어느 하나로 굳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면서 끝없이 변신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 사람 말투는 원래 저래, 저 사람이 좋아하는 건 저거야 하고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그만큼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rainmak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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