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아모랄레스,
5월21일까지 / 송은 아트스페이스 / 02-3448-0100
흑백화면에 가득 드리워진 거미줄, 환영처럼 보이는 나비들, 그리고 새의 머리를 가진 인간. 카를로스 아모랄레스의 작품은 팀 버튼의 영화를 닮았다. 음울하고 기괴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아모랄레스는 한 작품을 보며 매혹과 혐오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자신의 미학을 표현하는 데 무척 중요한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조국인 멕시코의 고대 아즈텍 문명으로 거슬러올라가 이 복합적인 아름다움의 기원을 찾는다. “아즈텍 문명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우리가 이러한 이질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그 문명의 이미지들이 굉장히 흔한 장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미줄과 나비, 새와 같은 평범한 자연의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배치해 새로운 정서를 형성하는 것이 아모랄레스의 작업 방식이다. 분명한 건 아모랄레스의 작품이 세계 유수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 모마, 퐁피두, 모리미술관- 과 베를린(2001), 베니스(2003) 비엔날레 등 현대 미술계의 중심부를 흔들었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전시명은 그의 작품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무성영화’(Silent Films)다.
아모랄레스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가 명성을 얻는 데 일조한 ‘매니멀’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매니멀은 인간(Man)과 동물(Animal)의 합성어로,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아모랄레스 작품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다. ‘매니멀’ 시리즈를 애니메이션 또는 회화 작품을 통해 선보여왔던 아모랄레스는 <Silent Films전>을 통해 최초로 포토그램(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감광지 위에 물체를 놓고 빛을 비춰 음영을 만드는 기법)으로 작업한 매니멀 작품을 공개한다. 이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자면 매혹과 혐오를 동시에 느낀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 수 있다. 한편 <그래피티 송즈>는 작가가 한국을 처음 방문해 겪은 문화적 충격과 경험들을 그래피티 음악으로 풀어내는 설치 작품이다. 스텐실 기법을 사용한 악보들이 전시장의 하얀 벽에 펼쳐져 있고 성악가들이 이 무작위의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른다. 아모랄레스의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풍경이 특별하지 않다. 그는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음악가, 무용가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꾸준히 협업해왔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작업을 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겸손함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모랄레스의 영상작품 2점, 드로잉 25점, 포토그램 14점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