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이거 좀 아닌 거 같은데 장난인 거 알지만 너무 한 것 같은데 뻥은 정도 껏이죠..이 방송을 하는 정확한 의의가 뭔가요?'
지난달 30일 엠넷 'UV신드롬 비긴즈'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해가..'라는 제목의 시청자 의견이다.
이튿날 짧은 댓글이 하나 달렸다.
'찬양이지..'
이 두 개의 글은 'UV신드롬 비긴즈'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반영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UV신드롬 비긴즈'는 이해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UV가 천재 뮤지션이라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시공간을 넘나들며 미인도의 모델이 됐다거나 마릴린 먼로의 군 위문 공연에 함께 했다는 내용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개연성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UV신드롬 비긴즈'가 주는 재미는 내용이 터무니없을수록 커진다. 프로그램의 진지한 태도와 황당무계한 내용이 빚어내는 부조화가 웃음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무한확장 = 지난해 여름 방송된 'UV 신드롬'은 실존그룹 UV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속편에 대한 기대 속에 지난달 22일 프리퀄 격인 'UV신드롬 비긴즈'가 첫선을 보였다.
'UV신드롬'이 UV를 천재 뮤지션으로 설정하고 그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UV신드롬 비긴즈'는 UV의 기원을 파헤치는 데 목적이 있다.
제작진이 'UV신드롬 비긴즈'를 본격 페이크 오컬트 다큐멘터리라고 정의한 데는 UV가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occult)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초자연까지 등장하면서 제작진의 태도는 더 진지해졌고 내용은 더 황당해졌다.
제작진은 'UV신드롬'이 벌여놓은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를 종말론까지 확장하며 존재와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까지 제기한다.
다루는 주제가 무겁다 보니 대기실에서 실력이 부족하다며 인기그룹 빅뱅을 다그치거나 박진영의 춤실력을 타박하는 UV의 모습은 양념처럼 보일 정도다.
2회부터는 UV 배후에 있는 '그들'의 존재까지 언급되면서 음모론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주제가 무거워질수록 주장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실소도 늘어난다. 실제 시청률도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
UV의 정체를 연구하는 기 소보르망 박사(박혁권)의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그의 주장이 UV만큼이나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유부초밥의 기원이 UV(유브이)라거나 밥 말리의 대표곡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가 '홍도야 우지마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등 그의 발언은 실소를 자극한다.
박준수 PD는 "존재론이나 음모론은 UV가 누군지 알기 위한 이야기의 일부"라며 "이야기는 무겁지만 UV가 하는 짓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종의 진지한 농담"이라고 설명했다.
◇방송 현실 비판..음악은 여전한 화두 = 'UV신드롬 비긴즈'는 허구성이 강화되긴 하지만 현실과 만나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방송계를 향한 비판이 그 중 하나다. 제작진은 자신에게 먼저 비난의 칼날을 들이댄다.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버젓이 '2D로 평이하게 찍어낸 영상과 감동과 개연성이 결여된 내용'이라는 소개글을 띄우고 자화자찬과는 일찌감치 거리를 둔다.
UV 역시 프롤로그 격인 'UV는 왜 엠넷을 거부하는가?'에서 엠넷에 대한 거부감을 공공연히 드러냈고 지난 5일 방송에서는 대놓고 '슈퍼스타K가 뜨면 다냐'며 엠넷과 제작진을 비난했다.
UV의 음악 활동도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점이다.
UV가 음악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뮤지션이라든가 세계 톱스타들이 추종하는 슈퍼스타라는 점은 허구지만 UV가 꾸준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UV의 신곡 '이태원 프리덤' 제작기가 전파를 탔다.
'이태원 프리덤'이 '아이티원(ITEAWON)'이란 국가의 독립에서 비롯됐다는 설정은 허구지만 UV가 '이태원 프리덤'을 발표하고 뮤직 비디오가 화제를 모은 점은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제작진은 음악인으로서 UV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PD는 그러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UV의 컨디션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다만 믿으면 믿는 대로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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