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로열패밀리'는 인간 구원에 관한 이야기"
2011-04-07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작가는 '더티 론더리(dirty laundry)'라는 표현을 썼다. '더러운 세탁물'.

더러운 세탁물은 남에게 보일 일이 아니다. 곧바로 세탁기 안에 넣고 빨아야지. 하지만 세탁기로 돌렸다고 해도 완전히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얼룩이 남을 수도 있고 색이 바랠 수도 있다. '하얗게 선명하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 치부, 잘못을 세탁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더러운 세탁물을 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거를 세탁하는 일 역시 그리 쉽지않다.

중반을 넘어선 MBC TV 수목극 '로열패밀리'가 주인공 인숙(염정아 분)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과거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16부 중 지난 6일까지 11부를 질주해온 이 드라마는 앞으로 인숙의 과거를 비롯해 지훈(지성)과 엄집사(전노민)의 과거, 그리고 인숙의 아들인 조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등을 한 꺼풀씩 벗겨 낼 예정이다.

이렇듯 여러 동력(動力)을 지니고 있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로열패밀리'의 권음미(43) 작가를 6일 밤 전화로 만났다. 그에게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우리 드라마는 인간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추리 장르의 특성보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숙의 모습을 휴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해요. 조니의 살해범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숙과 지훈이 서로를 구원하는 관계이며, 인숙이 끊임없이 과거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자기 심판을 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습니다."

현재 드라마는 재벌가 JK그룹의 후계 다툼에서 살짝 비켜나 조니의 살해범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좀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숙이 지나치게 자신을 심판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초반의 팽팽했던 후계구도 다툼을 즐겼던 시청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런 반응들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인숙이 그냥 대차게 재벌과 싸우는 모습을 쭉 보여줘야하나 살짝 헛갈리기도 했다"며 웃은 권 작가는 "재벌가에서 핍박받은 한 여성에 대해 계급적 시선을 가지고 그가 화끈하게 성공하는 스토리로 갈 수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는 애초 출발이 그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재벌가는 인간의 구원이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좀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지 처음부터 재벌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목이 '로열 패밀리'여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JK그룹의 안가인 정가원에서 따서 '비밀의 정원'이라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나오길래 얼른 접었죠.(웃음) '로열 패밀리'는 원작의 추리극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찾은 제목입니다."

'로열 패밀리'는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대표작 '인간의 증명'(1976)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네 차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작인데, '로열 패밀리'는 원작을 상당부분 각색해 그 진행방향과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다.

권 작가는 "많은 분들이 원작과 비슷할 것이라 예측하지만 '로열 패밀리'는 원작과 사건은 비슷하지만 사람은 다른 드라마"라며 "특히 인숙과 원작의 여주인공 교코는 너무 다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자체도 원작과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원작에서 조니를 살해한 것이 교코였다고 해서 우리 드라마에서도 인숙이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당황스러워요. 지훈이 살해용의자로 몰렸을 때 인숙이 그의 무죄를 절대적으로 믿어줬듯, 시청자도 그런 믿음을 인숙에게 가져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로열 패밀리'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김영애가 연기하는 공순호 회장이다.

원작에는 없던 인물을 창조한 권 작가는 "김영애 선생님이 맡으면서 공 회장의 비중이 늘어났다. 정말 멋지게 해주셔서 공 회장이 많이 등장해야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더라. 나도 공 회장이 무서울 정도"라며 웃었다.

"공 회장이 안 걸리면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는 그는 "결국은 공 회장도 인숙의 과거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모두가 엮이지 않겠나"고 말했다.

권 작가는 마지막으로 현재 결말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물론 주제를 흔들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그 바람을 느끼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비장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은 몇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