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촉망받는 꽃미남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방송 파트너가 무례하다며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클럽에서 소란을 피우다 쫓겨난다.
지난달 24일 엠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아인의 론치 마이 라이프'에서 방송된 내용이다. 31일 방송에서는 유아인이 출연진 간 갈등을 불러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론치 마이 라이프' 속 유아인의 모습은 이미지 관리에 주력해야 할 스타와는 거리가 있다.
이 프로그램이 스타가 아닌 인간 유아인으로서 본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 리얼리티쇼는 사실 흔하다. 엠넷의 '2NE1 TV'나 '와일드 바니' '아이비 백'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일상적이고 꾸밈없는 스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리얼리티를 내세우는 이런 프로에도 고도의 계산법이 작용한다.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 수단" = 가상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M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우결)는 신인들에게 스타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설정은 허구지만 시청자가 프로그램 속 캐릭터를 실제 모습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조권과 가인은 '우결'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되며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서인영은 '우결'을 통해 대중에게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미지로 알려졌고 김현중 역시 '우결'을 통해 엉뚱하면서도 배려 깊은 남성상으로 어필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기존 커플이 하차하면서 후속 커플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도 돈다.
MBC 관계자는 3일 "특히 신인 연예인 기획사들에게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며 "기본적인 인지도 상승효과가 있는 데다 리얼리티라는 특성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룹 투애니원은 다른 방송 프로그램 출연은 자제하면서도 엠넷의 '2NE1 TV'를 통해서는 숙소와 연습실, 공연장 속 뒷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해적 방송 콘셉트의 '2NE1 TV'는 자유롭고 솔직한 그룹 이미지와 잘 맞았고 방송에서 예쁜 모습을 보여주려는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우결'과 '2NE1 TV' 사례에서 보듯이 스타 리얼리티쇼는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 될 수 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이민주 교수는 "리얼리티쇼는 스타도 나와 다름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스타 마케팅 전략"이라며 "리얼의 틀은 시청자에게 친근감을 주는 파급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리얼리티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미지를 신경 안 쓸 수 없다"라며 "연예인도 충분히 그 점을 인지하고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행동한다. 아무래도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출연하는 건데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는 힘들다"라고 전했다.
리얼리티쇼를 연출한 한 케이블 방송 PD도 "기본적으로 스타 리얼리티쇼에 대본이나 연출은 없다"면서도 "다만 작업하면서 스타들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상의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이미지 개선 vs 역효과 야기 = 리얼리티쇼는 스타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출연 스타들은 가식 없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추지만 때로 이런 모습이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유아인의 론치 마이 라이프'는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다 도가 지나치지 않았나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 후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연예인의 틀을 벗어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솔직하고 개성 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했다. 가식을 좀 떨어줬으면 좋겠다' '일반인들이 보면 유아인을 오해할 것 같다'는 등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선영 PD는 "아인씨 자체가 꾸미고 가식적으로 보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며 "카메라를 끄지 않고 촬영을 진행했을 정도로 아인씨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했다. 마지막 4회까지 다 보고 나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특정한 방향으로 고착해버리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우결'에 출연했던 한 배우는 당시 오빠라고 부르던 파트너보다 실제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거짓말 논란을 불러왔다. 결국 이 배우는 4개월 만에 하차했다.
한 신인 배우는 "예능에 나가면 인지도가 더 쌓이겠지만 아직 제대로 다듬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드러낸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민주 교수는 "어차피 스타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거지만 리얼을 표방하면서 리얼이 아닐 때 도의적인 문제마저 불거진다"며 "이미지를 만들어가려는 의도가 지나치면 시청자를 기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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