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가 어느 정도 지명도를 얻은 다음에 아버지께서 그때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감사히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도 부담스러워요."
배우 권현상이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배우 권현상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영화 '고사 1ㆍ2'에 출연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다. 오히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차남으로 더 잘 알려졌다.
그는 최근 개봉한 임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한지 장인 역을 맡은 안병경의 아들 역이다.
"아버지가 먼저 역할을 제안하셨어요. 의외였죠.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늘 아버지 그늘을 피해 살아오려고 예명까지 썼는데 역할을 주신다 그러셨을 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남들이 보면 안 좋게 볼 수 있잖아요. 조연 정도로 비중 있는 역할이면 거절했을 테지만 단역이어서 출연하기로 했어요."
영화배우가 되려고 했던 건 어렸을 적부터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배우 출신인 어머니(채령)의 반대가 격렬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어렸을 적부터 너는 적성이 이공계라고 세뇌할 정도였어요. 배우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는 어머니로서는 충분히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꿈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결국, 연극영화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부모님은 합격통지서를 들고 왔을 때조차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연출과 연기를 공부한 그는 어학연수차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 영화 '고사'(2008)에 출연하게 됐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후광은 입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동재라는 본명 대신 권현상이라는 예명을 썼다.
"어렸을 적부터 '임권택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어요. '저 애는 누구 아들이야'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싫었어요.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면 그 말을 한 친구와 안 볼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어요.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었죠. 그러다 보니 누구의 아들이 아닌 나 스스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게 나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좋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예명을 쓰게 됐습니다."
'고사1'과 '고사2'(2010), 드라마 '공부의 신'(2010) 등에서 학생 역할로 나오지만 실제 그는 올해 서른 살이다. 데뷔가 늦었을 뿐 아니라 아직 주연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불안하지 않을까.
"서른을 앞뒀을 때는 조급했어요. 조금 일찍 시작할 걸이라는 후회가 들었죠. 하지만, 조급증을 느끼면 더 안되는 것 같더라요. 쫓긴다는 압박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는 현재 김창래ㆍ소재영 감독이 공동연출한 '학생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하정우, 이문식의 연기를 좋아한다는 권현상은 스타보다는 꾸준히 실력을 키워서 장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타보다는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보다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이 가파르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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