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논란의 중심에 설까 무서워 이제 누가 나가려 하겠어요."(음반기획사 대표)
"앞으로 관객들은 어떤 무대에서든 '저 가수 노래 잘하나'라고 지켜볼 것 같아요. 가수들도 제대로 무대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 오는거죠."(30대 여성 가수)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를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이어지면서 가수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최근 제작진이 첫 탈락자인 김건모에게 서바이벌 규칙을 깨고 재도전 기회를 줘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23일 김영희 PD까지 교체되자 가요계는 "이젠 선뜻 출연하겠다는 가수가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위축된 분위기를 전했다.
◇"누가 출연하려 하겠나" = 가수들 사이에 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신인을 키우는 기획사 입장에선 방송사의 눈치도 봐야해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려 해도 가수들이 출연을 껄끄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가창력 있는 젊은 가수들은 탈락을 하더라도 출연진 '7인' 안에 든 것만으로 의미가 있겠지만 20년 노래한 중량감 있는 가수들은 본전도 못 찾는다. 노래는 당연히 잘 불러야 하고 탈락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출연진 중 후회하는 가수가 있다는 말이 도는 상황에서 섭외 대상이 될 만한 가수들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다.
한 남성 가수는 "가수들에게 가장 힘든 기억이 데뷔 전 오디션을 볼 때다"며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싫다"고 말했다.
한 여성 가수도 "진행자 겸 출연자인 이소라 씨가 탈락자 발표와 함께 눈물을 보이며 무대에서 내려갔다고 '자질 논란'이 일었다"며 "말과 행동 자체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무서워 출연하겠냐"고 했다.
◇"기획 의도와 다른 결과" =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당초 제작진의 기획 의도와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게 가요계의 중론이다.
당초 제작진은 정상급 가수들의 최고 무대를 통해 음악으로 감동을 주겠다고 했지만 가수의 서열화, 규칙 위반으로 인한 시청자 우롱 비판에 직면해 기획 의도가 무색해 졌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한 가수의 매니저는 "당초 제작진은 가수들을 섭외할 때 아이돌 음악으로 쏠린 가요계에서 음악성 있는 가수들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 촬영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를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반기획사 이사는 "가수와 일반인 시청자의 역할을 바꿔 서바이벌로 꼴찌를 탈락시키는 위험한 발상의 역효과가 드러난 것"이라며 "차라리 매주 1등을 뽑아 그 한명이 영광스럽게 무대에서 내려가는 방식을 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출연 가수가 부른 음원이 음악차트에서 인기는 얻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 것이란 기대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바닥권이다.
20년 넘게 노래한 한 싱어송라이터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일 뿐, 대중음악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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