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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대전제 무시해 화 자초>
2011-03-23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세간에 화제를 모은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나는 가수다'가 재도전 논란 끝에 결국 프로그램의 간판 PD인 김영희 PD가 교체되는 결과를 맞았다.

애초부터 정상급 가수 7명을 평가해 1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원칙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었던 데다 제작진이 스스로 원칙을 깨는 우를 범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반발을 불러 온 게 화가 됐다.

MBC로서는 모처럼 맞은 '일밤' 부활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문제의 씨앗 된 서바이벌 형식 = '나는 가수다'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수준급 공연에 대한 찬사와 서바이벌 형식에 대한 비판이 엇갈리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방송 후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은 음원 차트에서 일제히 상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이 애초 강조한 '경쟁을 통한 최고의 무대'가 무리한 콘셉트에 대한 우려를 넘어 대중에게 어필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씨앗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이 감수했다고는 하지만 애초 기라성 같은 가수들에게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트위터에 "프로그램 자체가 미스컨셉션"이라며 "가창력으로 신인가수를 뽑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사전 선호도 평가에서 실력파 R&B 가수 정엽이 7위를 하자 가수 휘성은 "정엽 형의 진보적인 팔세토(가성) 창법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과연 가수들이 그 대결에서 모험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평가의 한계를 우려하기도 했다.

◇'시청자와 약속' 대전제 간과 =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상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출연자와 제작진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첫번째 7위 득표자로 김건모가 선정되자 MC 이소라를 비롯한 가수들은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재도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서바이벌 원칙을 만들었던 제작진이 긴급회의 끝에 재도전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원칙을 깨는 행태를 보였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여기서 촉발됐다.

서바이벌은 엄연한 시청자와의 약속이었고 재도전 기회 부여는 이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청중 평가단 500명의 결정이 무시당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김 PD는 "애초 목적이 누구를 탈락시키는 것이 아닌 최고 가수들의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전에 시청자와 약속한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방송의 대전제는 간과한 셈이다.

방송 직후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장악했던 의견도 '시청자를 우롱하고 무시했다'였다.

김수현 작가는 트위터에 '평가단이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 넘긴 방송사의 얍실함에 입맛이 썼다'고 적었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김영희 PD가 결국 지난 22일 원칙을 깬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뜨거운 화제를 모은 지상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스스로 원칙을 뒤집는 행위는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MBC가 23일 김영희 PD 교체 이유를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MBC로서는 시청률 18%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프로그램의 수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애초 노래 잘하는 가수를 떨어뜨린다는 잔인한 매력에 시청자들이 몰렸는데 서바이벌 원칙이 깨지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기대를 져버린 것이 악수가 됐다"며 "기득권층에 비유되는 정상급 가수들에게 예외가 적용된다는 사실도 대중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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