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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2011-03-18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희망의 꿈을 놓지 않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지난 석달간 열혈 신참 법의관 '고다경 선생'으로 살았던 김아중(29)은 이렇게 말하며 드라마 '싸인'을 떠나보냈다.

한국형 메디컬수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싸인'에서 그는 고다경을 열심히 연기했다. 몸을 던져가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사했고,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부검을 진행했으며, 밖으로 뿜어내는 다양한 감정연기를 소화해냈다.

마지막회가 방송된 지난 10일 방송 1시간 전까지 촬영을 해야했던 그는 그날 밤잠이 든 후 다음 날 일어나지 못했다. 포도당 주사를 맞고 이틀간 잔 후에야 겨우 몸을 추스렸다.

그리고 다시 기운을 되찾은 그는 털털하고 보이시한 고다경 선생이 아니라 짧은 미니스커트에 여성미를 강조한 발랄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싸인'은 민감하고 어려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한국 드라마의 미개척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위험요소가 많이 따랐던 소재인데 줏대 있게 이야기를 잘 끌고 왔고 마무리를 잘해 기뻐요.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 법의학자들과 부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된 것 같아 좋습니다."

그는 "부검에 대해 망자를 두번 죽이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부검은 망자의 마지막 말을 듣는 중요한 일이다"며 "부검의 의미와 그 일을 하는 법의관들이 진실규명과 망자의 인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싸인'은 탄탄한 스토리, 다채로운 에피소드,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우러져 사랑받았다. 그러나 수사와 부검이라는 소재가 촬영에 품이 많이 드는 데다, 대본이 늦어지면서 결국 마지막회에서 컬러바가 뜨고 음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방송사고가 나고 말았다.

김아중은 "그런 상황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깝고 시청자께 죄송하다. 하지만 모든 제작진이 끝까지 코피를 쏟아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드라마의 4회 촬영 분량을 우리는 한 회에 찍어야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는 20부작이었지만 50-60부를 촬영한 느낌이에요. 두회마다 에피소드가 바뀌고 일상적인 연기라고는 20부 중 19부에서 밥 먹는 신 딱 한 장면 빼고는 없었으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종영 2-3주 전부터는 사고가 날 것 같았어요. 18부도 방송 1시간 전에 테이프를 넘겼으니까요. 마지막 날에는 한 신 찍을 때마다 퀵서비스로 테이프를 편집실로 넘겨가며 촬영했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은 방송에 못나갔어요. 고다경이 윤지훈(박신양 분)을 떠나보낸 후 새롭게 부검하러 부검실에 들어갔을 때 윤지훈의 환영이 나타나 씩 웃어주는 장면이었어요. 참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는데 방송을 타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이렇듯 촬영은 늘 숨이 가쁘게 돌아갔지만 그는 고다경을 연기하는 게 흥미진진했다고 말한다.

"특히 수사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혈흔을 조사하고 범인을 취조하는 연기가 처음이었는데 증거를 점점 찾아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실제로 흥미로웠어요. 다만 저도 고다경처럼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와…, 드디어 끝났다'며 한숨 돌리게 되는데 곧바로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니까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했고, 사건에 따라 감정의 진폭과 흐름의 순서가 다른데 그것을 빨리빨리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고 에너지가 다른 작품에 비해 배로 많이 필요했습니다."

촬영에 앞서 실제 부검 현장을 3번 참관해 사체 10구의 부검 과정을 지켜본 그는 "놀라도 놀란 심정을 드러낼 수 없었고 엄숙히 바라봐야했다"며 "부검 연기를 할 때도 같은 마음으로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부검실에서는 주머니에 손 꽂지 않기, 농담이나 대화하지 않기, 휴대전화 금지 등의 규칙이 있어요. 부검 연기는 예술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망자의 사연을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그 어떤 연기보다 조심스러웠습니다. 특히 윤지훈을 부검할 때는 최대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에게서 남겨진 싸인을 밝혀야 한다는 고다경의 절실함이 잘 표현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윤지훈을 떠나 보낸 고다경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더니 그는 "훗날 국과수 원장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아중은 지난 2월 '감성 욕구와 인지 욕구가 감정의 강도 및 영화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스릴러 영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으며 '학구파 연예인'의 대열에 합류했다. 박사학위에도 욕심이 있다.

"많이 벅찰 것 같아 엄두가 안 나지만 공부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서 욕심도 나요. 또 여러가지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촬영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익히는 것과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것을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은 작품 공부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는 지난해 캐스팅된 중국-미국 합작 영화 '어메이징(Amazing)'의 마무리 촬영을 위해 조만간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김아중은 "'싸인'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 기뻤다"며 "앞으로도 부지런히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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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