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좋은 제품이다. 하드웨어의 완성도나 경쟁기종이 따라오지 못하는 OS의 우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아이패드도 문제는 있었다. 한손으로 들고 사용해야 하는 사용성을 갖추었지만 무겁다는 것. 멀티태스킹이나 아이튠즈의 구속성과 같은 원론적인 문제도 있지만 핵심은 항상 무게였다. 아이패드는 좋은 제품이지만 아이패드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사실 아이패드2가 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뉴스는 ‘이제 애플의 재기넘치는 제품은 나오지 않는 건가?’ 이런 체념의 와중에 스티브 잡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척했고 병색이 완연했다. 그래도 그의 청바지와 스웨터, 자신감 넘치는 키노트는 그대로였다. 아이패드2의 등장이었다.
아이패드2는 딱 ‘2’의 공식에 들어맞는 제품은 아니다. 외형의 분위기는 아이패드 그대로. 일단 스펙을 보자. CPU는 (당연히)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도입했다. 듀얼코어의 사용으로 멀티태스킹, 1080p의 동영상 재생도 무난하다. 그래픽은 최대 9배나 성능이 좋아졌다. 사실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 스펙이야말로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등공신. 아이패드2가 게임 머신이 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패드2는 무엇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인 것이 혁신이다. 무려 아이폰4보다 얇은 8.8mm의 두께, 기존 아이패드의 680g의 무게를 100g이나 줄인 590g. 비교적 혁신적이며 성공적인 다이어트다. 100g의 차이는 대단하다. 특히 더이상 줄일 곳이 없을 것 같은 내부 부품의 크기와 무게까지 줄인다는 것은 기술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아이패드 최대의 단점이 수정되었다. 이는 알려진 대로 배터리를 축소한 덕에 가능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그대로라는 점이 놀랍다. 아이패드2 키노트에서 스티브 잡스가 ‘여러분의 요구대로’라는 코멘트를 추가하며 소개했던 검은색과 하얀색의 두 가지 버전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반갑지만 개발자 입장에서의 스티브 잡스는 탐탁지 않은 듯(아이폰4 화이트는 언제 등장할까). 그리고 아이패드2에서 고대하던 카메라도 생겼다. 무려 두개나. 카메라가 없어 못내 아쉬웠던 아이패드의 ‘2%’가 채워진 순간이다. 아이폰4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였던 페이스 타임을 아이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커다란 아이패드 화면으로 보이는 상대방의 얼굴은 도리어 아이폰4의 작은 화면을 그립게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패드2 출시와 함께 예상되었던 전용 액세서리의 등장은 아이패드의 확장성을 대표한다. 스마트커버와 HDMI어뎁터가 그것. 스마트커버는 커버를 덮으면 잠자기 모드로 돌입, 커버를 열면 깨어나는, 스마트커버의 이름값을 하는 액세서리다. 또한 다양한 각도의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무려 10여종의 색상으로 출시된다. 놀라운 것은 HDMI어뎁터, 1080P로 미러링 출력이 가능해 프레젠테이션이 용의하다. 미디어 플레이어로서의 기능과 교육 및 비즈니스로의 활용성을 더한 셈. 아이패드2의 대미를 장식할 특징점은 499달러에서 시작하는 가격. 기존 아이패드와 동일한 가격 구성으로 가격대 성능비가 충실하다. 다만, 2차 출시국에도 언급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 애플의 무심함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