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요즘 애티를 벗고 남자 냄새가 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남자 정일우'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표정에서 환한 기운이 퍼져나왔다. 곧이어 기분 좋은 설렘도 감지됐다. 마냥 좋은 듯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첫방송 기다릴 때처럼 설렙니다. 오로지 연기 자체에 집중하고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때였죠. 하지만 그 후의 작품에서는 모두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되니 설렘 대신 긴장되고 부담됐어요. 연기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 거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연기만을 생각하며 즐겁게 하려고 해요."
16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판타지 멜로 드라마 '49일'에서 저승사자 역을 맡은 정일우(24)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새로운 작품을 앞두고는 누구나 기대에 차기 마련이지만 그는 평소보다 더 들뜬 모습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제 나이에 잘 어울리고 제 색깔과 맞는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승사자라고 하면 다소 따분하고 식상한 면이 있는데 이 작품 속 저승사자는 전혀 달라요. 시크하고 쿨하면서도 귀여운 면도 있는 신세대 저승사자입니다. 대본을 보자마자 '와 이거 정말 매력적이다' 싶었어요."
'49일'에서는 저승사자가 '스케줄러'라는 현대적(?)인 이름으로 불린다.
"제 대사에도 나오는데 누가 저한테 '너 저승사자야?'라고 물으니까 제가 '촌스럽게 그런 시대착오적인 단어를 쓰냐'고 핀잔을 줍니다. 21세기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야해서 어깨가 무거워요.(웃음) 패셔너블하고 자유분방한 저승사자입니다. 옷이 수시로 바뀌어 제 스타일리스트가 너무 힘들어해요. 하하. 또 인간들의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수시로 인간 세계에 들어가 '노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저승사자인데 오토바이도 타고 클럽에서 놀기도 해요. 멋지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사랑의 판타지를 그리는 '49일'에서 그는 결혼식 전날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지현(남규리 분)의 회생을 돕는 역할이다. 지현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49일 안에 가족 외 자신을 사랑하는 3명의 눈물을 받아내야 한다.
"대본이 아주 재미있어요. 판타지이긴 하지만 시청자가 공감할 부분이 많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마음에 와 닿으니 잘될 것 같아요."
2006-2007년 방송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반항아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정일우는 이후 '일지매'에서 타이틀 롤을,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는 주연 3인방 중 한 명을 맡았지만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 '49일'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에는 내리 반항아 캐릭터가, '아가씨를 부탁해' 이후에는 내리 어두운 캐릭터가 들어와 각각 1년여씩 쉬게 됐어요. 공백기를 두고 제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밝은 캐릭터를 기다렸습니다. '49일'의 스케줄러는 모든 면에서 꼭 하고 싶은 역이었어요. 실제의 제 스타일을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는 캐릭터라 편하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연기는 무엇보다 연기자 본인이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멋진 저승사자 연기를 위해 체중감량도 했다.
"2주 만에 5-6㎏ 뺐어요. 저승사자가 살찌면 보기 싫잖아요. 먹는 것을 원래 되게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계란 흰자위와 방울 토마토, 파프리카 등으로 버티고 있죠. 그래서 좀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견딜만 합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다"며 "남자 냄새 나는 정일우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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