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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한국형 과학수사극 시대 열다>
2011-03-11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별순검' '신의 퀴즈'에 이어 선보인 '싸인'이 한국형 과학수사극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 1월5일 시청률 16.1%로 출발해 12회에서 20%를 돌파한 '싸인'은 지난 10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25.5%(전국. 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막을 내렸다. 수도권 시청률은 27.3%를 기록했다. 수목극 1위의 시청률이자, 지금까지 선보였던 한국형 과학수사극 중 최고 기록이다.

같은 시간 방송된 MBC TV '로열패밀리'와 KBS 2TV '가시나무새'의 시청률은 각각 7.8%와 6.5%였다.

미국 인기 과학수사극 시리즈 'CSI'에서 출발했지만 소재와 메시지, 전개 방향에서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싸인'은 작가의 고뇌와 노력이 묻어나는 알찬 대본과 박신양, 전광렬, 김아중, 정겨운, 엄지원 등 출연진의 고른 호연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대박'은 아니지만 성공한 좋은 드라마로 남게됐다.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몸에 남긴 신호, 간절한 싸인을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 주인공 천재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실려온 사체 앞에 "왜 죽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밝혀내는 게 우리의 임무야. 우리가 마지막이야. 어떻게 이 사람이 죽었는지 밝혀내야해"라고 말한다.

'싸인'은 이러한 신념으로 무장한 윤지훈이 각종 범죄와 권력형 비리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한 아이돌 가수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권력형 비리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와중에 사이코 연쇄살인범, 미군 총기살인 사건, 재벌의 맷값 폭행, 시골마을 보험 사기, 현대사회 병리현상 등의 에피소드가 쉬지 않고 매 2회씩 맞물리며 흥미를 끌었다.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따끈따끈한' 사건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긴장감과 개연성을 높이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 것.

'싸인'의 최문석 SBS CP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멜로를 배제하고 철저히 사건 중심으로 밀고 나간 게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CP는 "보통의 드라마는 멜로를 악착같이 깔지만 우리는 그 반대 전략을 끝까지 유지했다. 초반에 MBC '마이 프린세스'에 밀릴 때도 흔들리지 않고 템포감 있게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며 "특히 에피소드가 갖는 시의성이 힘을 발휘했다. 선택도 좋았고 운도 따랐다. 에피소드의 소구력이 높았다"고 자평했다.

부검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과 긴박한 수사 과정은 물론 흥미를 끌었지만 '싸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수사극에 머물지 않고 권력형 비리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이 자극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윤지훈을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드라마가 추구한 정의는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몸에 남긴 신호, 간절한 싸인을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윤지훈의 마지막 바람으로 귀결되며 묘한 울림을 남겼다.

앞서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국과수의 구성원과 법의학자들을 통해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와 탐욕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던 장항준 감독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팽팽한 연기대결..빛나는 카메오 열전 = 주인공들의 고른 호연도 '싸인'의 성공을 이끌었다.

조직적인 진실 은폐와 증거 조작에 막혀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신념을 불태우는 열혈 법의관 윤지훈과 고다경(김아중), 경찰 최이한(정겨운)과 검사 정우진(엄지원)의 모습은 시청자의 응원을 끌어냈다.

또 이들의 대척점에 서서 거짓에 일조하는 국과수 원장 이명한(전광렬)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최문석 CP는 "우선 전광렬 씨가 중심을 잘 잡아줬고 초반에 연기 패턴이 똑같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신양 씨도 결국에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준비하며 노력하는 연기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광렬과 박신양 씨 사이에 낀 김아중 씨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투의지를 불태우며 악착같이 그들을 좇는 과정에서 고다경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주인공들과 함께 김성오, 최재환, 황선희, 김정태 등 범인 역으로 카메오 출연한 연기자들도 명연기를 펼쳤다.

최 CP는 "각 에피소드에 별도로 투입된 카메오 출연자들이 눈도장을 확실히 찍으며 극적 재미를 이끌었다"며 "시추에이션 드라마인 만큼 그들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무리한 스케줄에 결국 마지막회 방송사고 = 이렇듯 좋은 성과를 냈지만 방송 내내 생방송의 위험을 안고 아슬아슬 곡예운전을 하던 '싸인'은 결국 마지막회에서 편집 사고를 내는 오점을 남겼다.

촬영 초반부터 무리한 스케줄이 이어지면서 박신양이 일본 로케이션 촬영 도중 종아리 근육이 경직되는 부상을 입어 한동안 목발 신세를 져야했던 '싸인'은 이후에도 늦어지는 대본 탓에 마지막회가 방송되기 직전까지 촬영을 해야했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회에서 방송 도중 컬러바가 뜨고 편집이 끊어지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직후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되다보니 후반작업의 시간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채 작업이 진행되고 그 결과로 음향과 영상에서 매끄럽지 못한 화면을 보여드리게 됐다"며 드라마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내용적으로 한국사회 정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싸인'이 외적으로는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동시에 한 셈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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