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거침없는 아이돌 배우들이 자극이 됐어요."
배우 이윤지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을 혈기왕성한 아이돌 스타들과 보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에서 그는 냉철한 교사 시경진을 연기하며 제자로 나오는 2PM의 옥택연, 장우영, 미쓰에이의 배수지, 티아라의 함은정, 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아이돌 스타들과 동고동락했다.
이윤지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 친구들 앞에서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연기를 즐기면서 해야 하는데 자꾸 그 친구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돌아봤다.
더구나 극중에서 아이돌의 전문 분야인 춤을 가르쳐야 하는 처지라 말 못할 고충이 많았다. 이미 뛰어난 춤 실력을 가진 후배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무엇보다 컸다.
"예전에 취미로 춤을 배우긴 했지만 전문가 수준의 실력이 아니었기에 출연을 결정한 후에는 작정하고 춤을 배우러 다녔어요. 아이돌에 비하면 실력이 달리니까 부담이 있었죠. 아이돌 친구들이 극중에서 하는 보충수업을 저는 실생활에서 남몰래 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벌어졌어요.(웃음)"
극중 제자로 나왔던 옥택연과 함은정이 카메라 밖에서는 그의 춤 선생님이 돼줬다. 이윤지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드라마처럼 일방적인 선생과 제자 관계는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함은정을 제외한 '드림하이'의 아이돌 배우들 대부분은 연기 경력이 1년 미만이다. 2003년 데뷔 이래 1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는 한참 후배들이다.
그는 '거침없음'이란 단어로 그들을 정의했다.
"그 친구들은 거침없이 연기하고 자기 무대를 꾸미고 거침없이 배워요. 배울 때는 눈을 반짝반짝하면서 정말 들이대더라고요. 이 친구들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저도 그 친구들을 보면서 배웠어요."
그에게 아이돌 배우들의 연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빠르게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후배들을 보면서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저렇게 순수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밈이나 계산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더라고요. 때로는 그런 장면들이 어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짜 캐릭터의 마음으로 연기해서 그런지 설득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참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주로 해온 이윤지에게 '드림하이'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윤지는 "스스로 외유내강형이라 생각하지만 외도 강이길 바랐다"며 "다른 분들이 나를 달리 봐주실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시경진은 철저히 실력과 재능을 위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냉철한 교사다. 학생들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고 재능이 없다면 술수라도 쓸 줄 알아야 한다며 경쟁을 부추긴다.
그러나 속으로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성공을 바란다.
학생들이 낸 앨범의 '땡스 투'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고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소녀 같은 구석도 있다.
"원래 냉철하고 인정머리 없는 캐릭터에서 강오혁(엄기준) 선생님을 보면서 점차 성장하는 역할이에요. 원래 대본에는 없었지만 강 선생님과 러브 라인이 있을 때는 꽃핀을 꼽는다든지 의상 색깔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설정에 변화를 줬어요. 마지막 회에서는 아예 대본이 제가 설정한 대로 나오더라고요."
상대역 엄기준에 대해서는 "무대에서 연기 경력이 빛을 발하더라"며 "순발력이 좋아 같은 장면을 여러번 찍어도 다 다르게 나와서 재미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박진영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박진영은 '드림하이'에서 영어교사 양진만을 연기하며 신인답지 않은 능청스런 연기로 화제가 됐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분이에요. 말로는 너무 떨린다고 하던데 현장에서는 즐기면서 하셨어요. 원래 러브라인도 없었는데 진영 오빠가 너무 연기를 잘 살려주시니까 나중에는 여러분들이 진만이랑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이윤지는 극중 학생 조인성으로 나오는 전아민보다 한 살이 어리다.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학생역할인 줄 알았다는 그는 해보고 싶은 학생 캐릭터로 아이유가 연기했던 필숙을 꼽았다.
"귀엽고 사랑스럽잖아요. 그렇지만 아이유만큼은 못할 거 같아요. 아이유가 연기 재능도 굉장히 뛰어나더라고요. 사실 필숙이 캐릭터도 아이유 아이디어에서 따온 부분이 많아요."
그는 올해 중앙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전공은 학부때와 같은 연극이다.
"쉬면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타입이라 자꾸 일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는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른이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처럼 연기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혼자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지만 연기에서만큼은 쉬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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