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어쩜 저리 최고만을 뽑아놨을까. 가요시대 다시 왔다. 가혹한 기획이라 생각했는데 지금부터 응원합니다."(가수 윤종신 트위터 글)
"외모와 춤을 앞세운 아이돌 가수가 주름잡는 가요계에서 가창의 중요성은 부각시키겠지만 이미 대중에게 검증받은 가수들에게 오디션을 적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가 지난 6일 많은 관심 속에 출발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에는 '신선하다' '감동적이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요계에서는 이 코너에 대한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비주얼을 무기로 한 아이돌 그룹이 홍수인 시대에 목소리로 감동을 전하는 가수의 참모습을 제시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대중에게 이미 인정받은 가수들에게 등수를 매기는 것은 무례하고 무모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숨은 명곡 재조명..프로들의 대결 감동 =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인 이소라를 비롯해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박정현, 김범수, 정엽 등 7명의 실력파 가수들이 자신의 대표곡을 노래했다.
이들은 어느 무대에서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10-50대 일반인 심사단 평가 결과 박정현이 1위, 정엽이 7위를 차지하자 희비가 엇갈렸다.
프로그램의 긍정적 측면은 다음날인 7일 음악차트에서 바로 입증됐다.
7인의 가수들이 방송에서 대결한 노래들은 이날 네이버뮤직 실시간차트 20위권에 진입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1위, 박정현의 '꿈에'가 3위, 정엽의 '낫싱 베터(Nothing better)'가 7위, 김건모의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가 13위, 김범수의 '보고싶다'가 18위, YB(윤도현밴드)의 '잇 번스(It burns)'가 19위에 올랐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아이돌이 아니면 비주류로 취급받는 지금 가요계에서 보컬 실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을 주말 황금 시간대에 노출시켜 이들의 곡이 재조명 받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작곡가 김형석도 트위터 글에서 "오디션 기획 프로그램의 막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는 도중에 감동 받았다. 좋은 프로그램이다"고 지지를 보냈다.
또 슈퍼주니어의 신동도 트위터 글에서 "선배님들 너무 보고싶습니다. 긴장 긴장. 나 울었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최민식.송강호 연기도 점수로 매길텐가" = 그러나 음악에 순위를 매긴다는 기획 의도 자체에 대한 우려섞인 견해도 잇따랐다. 프로들을 대상으로 무례하고 몰상식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지적이다.
30대 유명 싱어송라이터는 "각자 취향에 따라 즐기는 음악에 점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처사"라며 "리스너를 대표했다고 보기 힘든 일반인 심사단의 손에 가수들의 등수가 매겨지는 장면이 황당했다. 과연 배우 최민식과 송강호 중 누가 연기를 잘하는 지 점수로 매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휘성도 "이 프로그램이 가요계에 경종을 울렸다. 최고 실력의 가수들이 긴장하며 노래하는 모습에 가요계가 녹록치 않은 세계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도 "심사단의 점수가 대한민국 귀의 절대 기준이 아닌 이상, 7위를 한 정엽 형의 진보적인 팔세토(가성) 창법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과연 가수들이 그 대결에서 모험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 방송이 성공한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만 낳을 뿐, 가요계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임진모 씨는 "미디어에 의해 일어난 붐은 미디어에 의해 꺼질 가능성이 높으니 결국 성공한 방송 쇼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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