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까지 / 샤롯데씨어터 / 출연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김준현, 김선영, 김소현 등 / 1588-5212
매진, 매진, 매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신드롬이 다시 점화됐다. ‘조지킬’ 조승우 복귀에 팬심이 자극된 건 당연하다. 하나 네 번째 앙코르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더이상 몇몇 스타급 배우들에 의해 이끌려가는 작품이 아니다. 주요 배우들과 앙상블에 의해 잘 짜여진 스토리와 귀에 익숙한 감미로운 멜로디가 보고 또 보게 만든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인간의 본성인 선과 악을 큰 골자로 쓰여진 1886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이 원작이다. 소설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완벽히 분리하는 참혹한 스릴러다. 뮤지컬은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뼈대에 친구인 변호사 어터슨만 남고 모두 각색되었다. 하지만 워낙 탄탄한 뼈대 아닌가. 현재까지도 연극, 영화, 게임, 코믹스,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 재가공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선 아버지의 정신병 치료를 위해 실험한다는 설정이다. 무차별 살인은 주로 타락한 성직자와 위선적인 귀족을 대상으로 자행한다. 그리고 지킬과 엠마, 루시와의 로맨스가 더해졌다. 로맨스는 원작의 긴장감을 다소 약화시키지만, 처절하나 아름답고 슬픈 얘기로 변환시키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결국 내재된 선과 악으로 고통받는 지킬과 하이드에게 관객은 연민을 느낀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이 어두운 이야기를 촉촉하게 가슴으로 전달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1막 막바지. 광팬이라면 수백, 수천번도 더 들었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 울리기 시작한다. 배우는 온몸을 휘면서 소리를 토해낸 끝에 쓰러진다. 객석은 숨을 죽였다.
2막 후반부. 몸의 한쪽은 지킬, 또 다른 한쪽은 하이드. 오른쪽 밝은 조명 아래 선한 얼굴의 지킬과 왼쪽 초록색 조명 아래 머리를 풀어헤친 사악한 얼굴의 하이드가 두 가지 목소리로 <대결>(Confrontation)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관객의 숨은 아예 멎었다.
하늘의 별따기인 ‘조지킬’의 티켓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 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름다운 음악을 느껴보지 않는다면 더 후회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