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 2007, pencil on paper, 48.5 ×106cm
4월7일까지 / 국제갤러리 본관 / 02-735-8449
인물 찾는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에서 월리를 잘 찾는 법. 무심하지 않으면 된다. 길가에 떨어진 뼈다귀, 군중에 가려진 마법사, 축제 한복판의 두루마리를 찾으려면 작은 디테일조차 함부로 지나쳐선 안된다. 이건 단순한 수색이 아니라 얼마나 세심하게 마음을 쓰느냐의 문제인 듯하다. 문성식 작가의 그림을 보고 <월리를 찾아라>가 떠올랐다. 나뭇잎 하나, 손가락만한 등장인물의 옷에 달린 단추까지 꼼꼼하게 묘사하는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눈과 함께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야 한다. 무심히 지나칠 만한 곳에 귀중한 디테일들이 비밀처럼 숨겨져 있으므로.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최연소 참여작가로 주목받은 문성식 작가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풍경과 사람을 극도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풍경의 초상전>을 진행하는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문 작가의 이러한 필치를 “미미한 사물들에 대한 불교적 성찰에 가깝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 깨알같이 표현된 문성식의 풍경들은 모두 소중해 보이며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풍경의 초상전>에서는 작가가 2007년 이후 작업한 드로잉 50여점과 함께 그의 신작 회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이 문성식의 그림을 감상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병환으로 고통받던 할머니가 돌어가신 뒤, 고향에서 치른 초상의 추억을 담은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는 전반적으로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엔딩신인 ‘관광버스 댄스장면’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청춘을 돌려다오>는 소란스러우면서도 기묘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기존 작품의 주요 무대였던 닫힌 공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숲과 밤 같은 광활한 시공간을 탐구하는 회화 작품들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