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연기가 느는 걸 느끼니 앞으로도 연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런데 막상 칭찬들을 해주시면 아직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윤성현 감독의 영화 '파수꾼'(4일 개봉)에서 주인공 기태 역으로 출연한 이제훈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연기가 좋았다고 하자 쑥스러워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수꾼'은 절친했던 세 친구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서 일어난 충격적 일을 파헤쳐서 보여주는 영화로 빼어난 연출력과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이제훈은 '약탈자들' '친구 사이?'를 비롯해 독립영화를 여러 편 했지만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당연히 부담이 컸다고 했다.
이제훈은 "나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 연기를 계속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면서 "긴 러닝타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나오는 건 이게 처음인데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각인시킨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는 캐릭터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그래서 연기를 더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면서 "이번에는 오랫동안 준비했고 영화 속 캐릭터로 산 시간이 오래가면서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리적으로 기복이 심하고 갇혀 있는 힘든 상태로 있다 보니 끝나고 나서 해방감이 있었지만,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데도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틀에 박힌 딱딱한 연기를 피하려고 했다고 한다. 상대 배우의 말을 잘 들으라는 윤성현 감독의 말을 깊이 새겼다고 했다.
"준비된 대사가 있지만, 상대방의 말에 전혀 반응이 안 되면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다른 반응이 있으면 똑같이 할 필요 없고 다르게 하라고 했죠. 이번 영화에서는 계산을 철저하게 배제했어요. 저도 제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죠. 그런 게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와 닿지 않았나 싶어요."
윤성현 감독은 촬영이 없을 때도 기태에 몰입하도록 독하게 몰아붙였다고 했다. "연기가 안 나오고 괴로워서 감독님과 술을 마시면서 막 울었어요. 그런 게 영화에도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기하는 순간에만 딱 집중해서 보여주고 '컷' 하면 빠져나오는 게 좋은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게 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맡았던 기태는 친구인 동윤, 희준과의 사이에 금이 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든다.
"기태는 주목받고 싶은 사람이죠. 인정받기를 바라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어해요. 기태에게는 그 친구들밖에 없었어요. 뭔가 해소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 영화를 찍느라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했고 너무 많이 피워 병원에까지 실려갔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영화에 쓰이진 않았는데 다른 학교 '짱'하고 싸우다가 다친 상태에서 동윤과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열 테이크는 간 것 같아요. 오케이 사인을 받고 일어났는데 핑 돌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응급차에 실려가 병원에서 토했죠. 되게 놀랐어요. 그런데 촬영이 다 끝난 게 아니라 걱정돼서 병원에 반나절 있다가 밤에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이제훈은 어렸을 때부터 손님들이 놀러 오면 트로트곡을 부르고 춤을 췄으며 장기자랑이 있으면 무대에 오르는 끼가 있었다.
연극영화과에 가려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공대에 진학했다가 2학년 때 그만뒀다. 연기학원에 다니다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고 지금은 휴학 중이다.
앳된 얼굴로 고등학생을 연기한 그의 실제 나이는 스물 일곱 살. 생각보다 많았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장훈 감독의 영화 '고지전'에서도 그는 열 아홉 살로 나온다. "국군 중대장인데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통솔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죠."
이제훈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순간순간이 모여 사람들에게 보이기 때문에 배우는 항상 진심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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