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마이 프린세스'는 스타 파워로 간신히 버텼고, '프레지던트'는 스토리 파워가 보였지만 고유한 매력이 없어 끝내 묻혀버렸다.
MBC TV '마이 프린세스'와 KBS 2TV '프레지던트'가 24일 나란히 종영했다. 시청률은 각각 15%(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7.3%로 '마이 프린세스'가 배 이상 높았지만 여러 허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것은 매한가지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19.5%를 기록한 SBS TV '싸인'이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마이 프린세스'와 '프레지던트'는 좋은 드라마, 인기 드라마의 길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새삼 보여줬다.
이유는 다르지만 두 드라마 모두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마이 프린세스'..엉성한 스토리 = '마이 프린세스'가 한차례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16회 평균시청률 16.1%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김태희, 송승헌 두 스타 파워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강 미녀' 김태희의 공주 놀이는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어여뻤고, 꽃미남 한류스타 송승헌의 첫 로맨틱 가이 연기도 여심을 흔들었다.
김태희는 당분간 로맨틱 코미디를 전공으로 삼아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지면 연기자로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끌어냈고, 송승헌도 한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진지하고 무거운 연기에서 벗어나 꽃미남 스타 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며 재평가됐다.
그러나 이 초특급 캐스팅도 시종 실소를 터뜨리는 엉성하고 허술한 스토리 앞에서는 점점 힘이 빠졌다.
'마이 프린세스'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기승전결, 전후좌우의 기본 골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소재로 내세운 대한민국 황실재건 프로젝트는 정당성은커녕 판타지도 심어주지 못했고, 김태희를 공주로 만드는 과정은 초등학생 소꿉놀이 수준의 개연성을 보여줬다.
작가는 김태희의 대사를 통해 재기 발랄함을 보여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툭하면 스토리의 생략, 비약이 이어졌고, 종국에는 시청자에게 이 엉터리 같은 모든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라고 뻔뻔하게 구는 듯한 무례함마저 느껴졌다.
'마이 프린세스'는 한류스타 송승헌의 힘으로 해외 12개국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과연 이 드라마를 한류 상품으로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까.
◇'프레지던트', 견고한 스토리..그러나 '매력'이 없었다 = 이에 비해 '프레지던트'의 스토리는 견고했다.
손영목 작가는 인권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치밀한 준비 끝에 선보여 개연성, 현실성, 정당성을 확보했다.
'리얼 정치극'을 표방한 드라마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전투구, 복마전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하나의 '왕'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조력자들이 희생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이 가감없이 그려졌다. 장일준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그의 친형과 장인, 오른팔, 숨겨둔 아들 등은 모두 희생을 감내해야했는데 그 모든 것이 실제 정치판의 상황과 겹쳐지며 감정이입을 이끌었다.
또 화려한 청춘스타는 없었지만 신뢰를 주는 연기자 최수종이 주인공 장일준을 맡아 담백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0%, 20회 평균 시청률 7.4%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지만 이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데 실패한 것은 이렇듯 탄탄한 대본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특유의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드라마는 무미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리얼함'만을 보고 질주하느라 남녀노소를 끌어들일 요인을 배치하지 못했다. 분명 드라마틱한 내용이지만 치열한 수목극 경쟁 구도에서 다큐멘터리 같은 스토리만으로 승부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이는 단적으로, 스토리에서 허점이 많았지만 똑같이 한 사람의 대통령 만들기 과정을 그린 SBS TV '대물'이 시청률 20%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된다.
'프레지던트'는 또한 막판에는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처남을 차기 총리로 추천하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억지 설정이 등장해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제작사는 미국 인기 정치 드라마 시리즈 '웨스트윙'과 같은 뛰어난 정치극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웨스트윙'까지의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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