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송승헌(35)을 만났다.
꽃미남의 대명사이자 아시아를 주름잡는 한류스타이고 지난 24일 막을 내린 MBC TV '마이 프린세스'에서 재벌 상속자이자 엘리트 외교관 박해영을 연기하며 로맨틱 가이로 등극한, 말 그대로 '핫 피플(HOT PEOPLE)'인 그다.
드라마 종영 다음날 논현동 한 식당에서 마주한 그는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데뷔 16년. 송승헌을 깊이 들여다봤다.
--잠 좀 잤나. '마이 프린세스' 스케줄이 살인적이었다고 하던데.
▲마지막회 방송일인 24일 오후 6시까지 촬영하고 곧바로 쫑파티에 갔다. 술은 별로 안 마셨는데 완전히 '기절'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랬던 것 같다. 매니저가 날 차에 태워 집 앞에 도착한 후 깨우느라 1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 그랬는데 오늘 아침 7시에 눈이 떠지더라. 두 달간 너무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더 잠이 안오더라. 쫑파티에 가느라 정작 마지막회를 못 봐 일어나서 그거 챙겨봤다.
--끝낸 소감이 어떤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솔직히 중간에는 '이러다 방송사고 나는 것 아닐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만큼 기막힌 스케줄이었다. 일단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물론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장르와 캐릭터는 재미있었다. 어떤 경험도 결국 내겐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 로맨틱 코미디인가. 그리고 왜 이제야 하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영화 '무적자' 등 최근 계속 무거운 작품을 했고 언젠가부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하던, 데뷔 때의 '썰렁한 송승헌'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던 차에 이 작품이 들어왔다. 1-4회 대본이 미리 나와 있었는데 그건 정말 재미있었다. 그땐 당장 5회부터 대본이 늦게 나올 줄은 몰랐다.(웃음)
왜 진작 안 했냐고? 어려서는 멋져 보이고 싶었다. 그땐 해피엔딩보다는 뭔가 여운이 남는 작품을 선호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니 어떤가. '제 옷을 입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항상 인상 쓰고 무게 잡는 연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장난치는 느낌? 놀러온 느낌이 들었다. 촬영 스케줄은 힘들었지만 연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다. 늘 인생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폼 잡는 역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웃음)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해보고 싶다.
--닭살 돋는 러브신을 이번처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김태희와 실제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닌가.
▲그렇게 보셨다면 우리의 연기가 좋았던 거겠지.(웃음) 그냥 실제로 연애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편하게 찍었다. 박해영이 이런저런 장난을 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 다만 난 연애할 때 박해영보다는 적극적이기 때문에 박해영의 소극적인 애정표현에는 답답해지더라. 박해영은 탈세의혹 등으로 이설과의 결혼을 망설였지만 진짜 사랑하면 그런 게 어딨나. 나 같으면 이설에게 '그냥 우리 도망가자'고 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이미지에 딱 맞는 역할을 맡아서 다행이었지만 20대 때, 송승헌이 좀 더 '예뻤을 때' 이런 장르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벌써 30대 중반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나.
▲솔직히 난 못 느낀다. 우리 드라마에 나온 이기광이가 22살이라고 하길래 너무 어려 놀라긴 했다. 하지만 난 지금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같다. 그 시절의 친구들과 여전히 어울려 놀아서 그렇겠지만 친구들과 내가 노는 모습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웃음)
--나이 듦은 못 느껴도 변화는 느끼겠지. 뭐가 달라졌나.
▲연기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다. 제대하면서부터다. 책임감을 점점 더 느끼고 있고, 예전에는 몰랐던 재미도 새록새록 찾아가고 있다. 예전엔 대본을 받으면 그냥 기계적으로 연기했다면 요즘엔 지문에 나온 것 외에 내가 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등 다른 데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젠 나만 튀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조화가 중요함을 알게 됐고, 내 욕심만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팬들이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 욕심을 채우려, 내 잘난 맛에 했다면 지금은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해외팬이 보낸 편지에서 나 때문에 한국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는 글을 읽으면서 한류의 파급 효과를 새삼 느낀다. 내가 연기할 때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내 연기에서 나오는 파급 효과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건 결국 책임감이라는 것으로 모이는 것 같다.
더불어 재미도 많이 느낀다. 단순히 일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즐기면서 연기를 하고 싶고 그러고 있다. 아직도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을 듣지만 그건 내가 계속 노력해나가야 하는 부분이고, 그것을 떠나 지금은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예전엔 왜 연기에 욕심이 없었나.
▲자라면서 연기자를 꿈꿔본 적이 없다. 배우 할 사람은 따로 정해진 줄 알았고 그건 내 얘기가 아니라 별나라 얘기인 줄 알았다. 난 그저 평범한 아이였고 평범한 대학생이 됐다. 그러다 1995년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곳에 의류 브랜드 스톰의 직원이 와서 자기네 모델을 뽑는데 지원해보라고 해서 지원했다가 덜컥 메인 모델이 됐다. 당시 듀스의 김성재씨가 메인이었고 나랑 소지섭이가 서브였는데 김성재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우리가 얼결에 메인 모델이 된 거였다.
그런 후 곧이어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하게 됐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러니 욕심 운운할 것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연기 못 한다고 욕도 엄청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연기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10년 이상 투자한 일이며 내 평생을 걸 직업이다. 20대 때는 그냥 '이게 내가 하는 일인가 보다' 생각했고, 자만심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나보다 팬과 대중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두려운 게 있나. 인기가 떨어질까 두렵지 않나.
▲신인 시절부터 '인기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서 그런지 별로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데 인기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만 내가 언제까지 청춘스타일 수만은 없지 않겠나. 두려움보다는 이번에 '마이 프린세스'에서 이순재 선생님을 보면서 그 연세에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고 그렇게 되고 싶어졌다. 그분을 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 이순재 선생님은 학창시절 연기를 파고들며 심취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난 연기를 전공한 것도, 어려서 연기자를 꿈꿨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는데 그게 지금 참 아쉽고 후회된다.
--쉴 땐 뭐하나.
▲친구들하고 놀거나 운동한다. 골프를 가끔 치는데 '100돌이'다. 그러고 보면 내 생활도 참 재미없다.(웃음)
--결혼 계획은.
▲정말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짝도 없고. 모르지, 이러다 언제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 결혼한다고 할지.
그는 인터뷰 말미 "모든 일은 인간관계에서 결정지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 마음에 안 들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면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꽃미남 송승헌. 그림 속 꽃이 이제 꽃술이 돼 익어간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