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착한 남자' 배수빈(35)이 이번엔 여자의 눈에서 눈물을 빼는 나쁜 남자로 변신한다.
배수빈은 '싸인' 후속으로 다음 달 16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새 수목극 '49일'에서 야망에 사로잡힌 엘리트 강민호 역을 맡았다.
'개천에서 난 용'인 강민호는 출세를 위해 부잣집 딸 지연(남규리 분)과 정략결혼을 꾀하지만 결혼식 전날 지연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다른 수단을 동원해 야망을 실현하려고 발버둥친다.
"자기 마음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나쁜 놈입니다.(웃음) 착한 이미지가 좋긴 하지만 어느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배우에게 좋지 않은 일이잖아요. 악역이 들어왔다고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착한 남자를 하다가 나쁜 남자를 하니까 재미있네요."
'49일'은 화제의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소현경 작가가 집필한다. '찬란한 유산'에서 '키다리 아저씨' 준세로 사랑받은 배수빈에게 소 작가는 왜 180도 다른 역할을 제안했을까.
"배우들은 누구나 여러 삶을 살고 싶어해요. 어느 순간 틀에 갇혀 있다고 느끼면 답답해지죠. 그런 점에서 소 작가님이 제게 기회를 주신 겁니다. 저 이번에 책임이 막중합니다. 악역이기도 하지만 20대 후반부터 40대 시청자를 책임져야 해요. 저 빼고 다른 주연배우들은 다 어리거든요.(웃음)"
'49일'은 판타지 멜로다. 교통사고를 당한 지연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후 그의 영혼이 이경(이요원)이라는 여인에게 빙의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연을 이용하려고 했던 민호는 이경에게 사랑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공교롭게 얼마 전 끝난 '시크릿 가든'과 비슷한 판타지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모두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49일'에서는 제가 악역이라, 같은 판타지라도 느낌이 다를 겁니다. 제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민호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고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악행을 저지르거든요."
'찬란한 유산'의 영광 이후 배수빈은 SBS '천사의 유혹'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복수의 화신을 연기하며 또다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MBC '동이'에서 검계의 지도자 천수를 맡아 '해신'과 '주몽' 이후 다시 한번 사극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이'로 산 8개월은 한창 상승세던 그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했다. 작품은 인기를 끌었지만 처음 기획과 달리 스토리 방향이 수정되면서 천수의 비중과 역할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힘들었죠. 하지만 그래서 에너지를 소진한 만큼 또 다른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에너지죠. 시청자에게 어필하려면 스토리가 궁중 중심이어야 하는데 전 궁 밖의 인물이라 처음부터 위험을 안고 있었어요. 그래도 이병훈 PD님과 작업해보고 싶어 욕심을 냈던 거였고요. 결과가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 시간 역시 저에게 분명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동이'에서 느꼈던 갈증은 지난 연말 KBS 단막극 '어서 말을 해'와 연극 '이상 12월 12일'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다.
"제가 원래 다작(多作) 배우잖아요. 2009년에는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7편을 했는데 지난해에는 '동이' 때문에 8개월을 묶여 있다 보니 다른 것을 못해 연말에 얼른 두 작품을 더 했습니다.(웃음)"
2002년 중국 CCTV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먼저 데뷔한 후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배수빈은 "오랜 기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쉬어야겠지만 지금은 연기하는 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해 7편을 할 때는 한풀이 하는 느낌도 있었어요. 일이 없는 서러움이 얼마나 큰지 아니까요. 다행히 당시 7편의 캐릭터가 다 달라서 저 자신을 시험하는 기회도 됐습니다. 연기를 제대로 못하면 진이 빠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주변에서 '넌 아직 보여줄 게 많아'라고 하던데 일부러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늘 날 채워가며 나 자신을 숙성시키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좋은 역할과 좋은 연기가 만나지 않을까요."
그는 현재 자신의 페이스에 대해 "경보를 하는 수준 같다"고 말했다.
"달려가는 것은 아니고 살짝 숨도 고르며 주변도 둘러보며 조금 빠르게 걷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러한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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