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오명환 송담대(방송영상학부) 교수는 23일 "지상파 방송에서 단막극 편성이 줄어든 것은 연속극 만능주의와 막장드라마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드라마 발전을 위한 단막극 활성화 방안'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방송사의 연속극에 대한 편식이 드라마 공급원의 다원성을 저해하고 제작환경 질서를 왜곡시켜 단막극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개 방향과 길이, 내용에 절제가 없는 막장 드라마가 창궐한 지난 2년여간은 단막극의 부재 기간과 일치한다"며 "연속극의 쪽 대본이 활개를 치는 사이 단막극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가 1980년대와 현재의 드라마 편성 편수와 방송 시간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와 현재의 드라마 상영 시간은 각각 2천160분과 2천130분으로 비슷했지만 1편당 평균 배당 시간은 과거 83분에서 현재 142분으로 대폭 늘었다.
송 교수는 "드라마의 작품 수는 줄고 길이가 늘어난 것은 '다품종 소량시간'에서 '소품종 대량 시간'으로 드라마 방송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시장(Seller's Market)으로 소비자 중심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단막극의 쇠락 이유로 과다해진 연속극과 함께 단막극 운용의 퇴행 현상과 드라마 전문 채널의 범람을 꼽았다.
그는 "단막극에 '신예', '신형', '신개념'이라는 특유의 치열함이 사라진 대신 기존 형태의 답습이라는 매너리즘이 이어졌다"며 "아울러 1990년대 중반 뉴미디어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드라마와 영화 PP(방송채널사업자)가 범람해 단막극의 희소가치가 줄어든 것도 지상파 방송에서 단막극이 밀려난 이유"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단막극 제작과 편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막극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려는 방송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아울러 독립제작사를 포함한 다양한 수급원을 개발하고 유통확장 등을 통해 참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순수 단막극을 위한 '블루존'과 주간단막극을 위한 '그린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사들이 주 1회 단막극을 내 보낼 '약속의 땅'으로서 '그린존'을, 마찬가지로 같은 등장인물에 주인공만 바뀌는 형식의 주간 단막극을 방송할 '블루존'을 각각 만드는 것도 단막극 보존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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