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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02-14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 그녀(임수정)는 남자가 생겼다며 5년간 살아온 남편(현빈)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남편은 별다른 말없이 여자를 위해 짐을 싼다. 그녀가 아끼던 커피잔부터 책까지, 남자는 둘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포장한다.

여자는 "왜 나한테 화내지 않느냐"며 화를 내지만 남편은 "미안해"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여자 정혜'(2005), '멋진 하루'(2008) 등을 연출한 이윤기 감독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헤어지기로 결심한 남녀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 영화다.

영화는 천천히, 그러나 세밀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살핀다. 카메라는 지루할 정도로 둘이 함께 숨쉰 공간의 기억과, 함께 경험했던 추억들을 매우 건조한 방식으로 끄집어낸다. 감성적인 음악이 깔리지도 나지막한 대사가 흐르지도 않는다. 오직 빗소리와 인물들의 눈빛, 텅빈 공간 등을 통해 영화는 쓸쓸한 정서를 전달할 뿐이다.

영화의 진행속도는 매우 느리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거의 없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을 보여주는 오프닝은 10여분 동안 커트가 나뉘지 않는 롱테이크(길게찍기) 방식으로 촬영됐다.

두 남녀가 나누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부자연스럽거나 과장스런 요소 또한 최대한 배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예컨대 인공조명 대신 자연광으로 촬영됐으며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억지스러움을 엿볼 수 없다.

영화의 겉모양은 이처럼 잔잔하지만 속까지 담담한 건 아니다. 카메라는 커피잔 등 사물들을 비추며 두 남녀의 누적된 과거에 서식하는 추억들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 추억을 상기하는 인물들의 손짓과 표정, 몸의 움직임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그들의 내면을 주시한다. 상영시간 105분이 지나고 나면 이별 때문에 삭을 대로 삭은 그와 그녀의 마음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승점까지 가는 길이 난코스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을뿐더러 웃음이나 눈물을 짓게 할 만한 요소도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빈은 '만추'에서의 껄렁껄렁한 이미지와는 다른 자상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 잘 표현했고, 임수정은 세심하게 변하는 '그녀'의 감정을 담백하게 전했다.

제6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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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