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졸업식입니다.
저는 고3 담임입니다. 우리 학교는 재밌게도(?), 영화 제작과 관련된 과목이 커리큘럼에 들어 있는, 경기도 동두천(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에 위치한 영상고등학교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니 가리키고 있습니다. 영화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저 가리키고만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잘 나아갈 때 정말 기특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우리반 아이들은 제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입학하여 3년 동안 함께 지낸,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아이들입니다. 저는 우리반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졸업식입니다. 내일, 영화를 꿈꾸는 우리반 아이들에게(물론 많지는 않지만), 잔뜩 희망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습니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낯설고 어렵더라도, 졸업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에,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크게 부풀어질 수 있게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어제 들은 요절한 작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릅니다. 그리고 영화판에 대해서 푸념을 늘어놓는 대학 동기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영화를 약간 비켜난 저의 모습도 바라보게 됩니다. 내일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졸업식을 하루 남겨둔 오늘, 서글퍼집니다. 그래도, 내일은 졸업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