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작가의 죽음과 함께 잿빛 뉴스로 가득한 한주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2월은 각 학교와 영화기관의 졸업영화제가 열리는 시즌이다. 2월10일부터 13일까지 건국대학교 KU시네마테크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이어 2월15일부터 20일까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학생들이 졸업영화제 ‘Roll Change’를 연다. 특히 영상원의 졸업영화제는 대학 과정인 예술사 3, 4학년 학생들과 대학원 과정인 전문사 학생들의 전작 90편을 상영하는, 그 자체로 작은 영화제 규모의 행사다. 영상원 졸업영화제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진수씨는 예술사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하루 종일 모여 회의하기 예사였고, 다른 학교보다 작품 편수가 많아 상영 일정을 길게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극장 섭외도 어렵게 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애로사항조차 애틋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졸업영화제 상영작은 2010년 봄부터 가을까지 참여 학생들이 동료와 선배들의 영화에 품앗이 형식으로 참여해 스탭 일을 하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도 연출작(<갱스터스 파라다이스>)이 있지만, 정한진 감독의 <핫 코너>엔 조명부로, 소봉섭 감독의 <독이 담긴 잔>에는 동시녹음으로 참여했다. 장마철에 비 맞으며 레일 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토록 뜨겁게 만든 작품이기에,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는 학교 분위기 가운데서도 준비위원회 학생들은 영화제의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솔직히 (영화 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밥벌이로 삼기에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부딪쳐보고 싶다. 늘 꿈꿔왔던 거니까.” 영화감독을 지망한다는 박진수씨의 포부다. 그 패기에 어두웠던 마음이 한결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