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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관.박진영.알렉스, 연기의 허를 찌르다>
2011-02-09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가수 송대관(65), 박진영(39), 알렉스(32)가 연기의 허를 찌르며 무대가 아닌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 출신 '어린' 가수들이 점령한 지 오래된 드라마계에서 관록을 바탕으로 한 노련함과 천부적인 끼를 발산하며 후배들과는 체급이 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수의 명성에 기대어 감초 연기 정도나 할 줄 알았던 이들은 직업 배우를 무색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중 자신의 캐릭터를 빛내고 있다.

◇기생집 허랑방탕 더부살이 송대관 = 지난달 23일 시작한 SBS TV 주말극 '신기생뎐'에서 송대관은 단연 '신선함'으로 방점을 찍는다.

40여 년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걸으며 유명세를 떨친 그가 '신기생뎐'에는 '신인 배우'로 참여했는데 그의 연기가 기대 이상의 보는 맛을 주고 있다.

송대관이 맡은 역은 50대 후반의 허랑방탕한 백수 서생강. 극의 무대가 되는 기생집 부용각의 더부살이로, 본인은 왕년에 잘 나가던 '딴따라'였다고 주장하지만 믿을 길이 없다.

환갑이 내일모레지만 청바지에 청재킷, 반짝이 의상 등을 고수하는 그는 오늘도 걸쭉한 사투리 어조로 팝송을 읊으며 한때 놀았던 실력을 발휘한다.

전작 MBC '보석비빔밥' 후반부에 가수 설운도를 살짝 기용해 재미를 봤던 임성한 작가는 이번에는 처음부터 송대관에게 역할을 주며 밀어주고 있다.

2009년 KBS 2TV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음악계의 숨은 전설인 '용선생' 역을 맡아 연기에 데뷔한 송대관은 두 번째 드라마인 '신기생뎐'에서 서생강이라는 인물을 마치 맞춤옷을 입은 양 편안하게 그리고 있다. 오랜기간 삭혔다가 맛이 잘 들자 상에 짠하고 내놓은 연기다.

◇찌질하고 소심한 기간제 영어교사 박진영 = 단연 새로운 발견이다.

KBS 2TV 월화극 '드림하이'에서 박진영은 극의 배경인 기린예고의 기간제 영어교사 양진만 역을 맡아 찌질하고 소심한, 그러면서도 춤과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코믹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때로는 치사하고 때로는 유치해 절대 멋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는 양진만이라는 캐릭터에 만화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에게 시종 '낄낄거리고 보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과거 배고픈 가수 지망생 시절의 트라우마로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열망이 있는 양진만은 오로지 기린예고의 실세인 교장에게 잘 보여 정교사로 발령이 나는 것이 목표지만, 천성이 여리고 예술에 대한 재능때문에 머리 따로 몸 따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원더걸스, 2PM, 2AM을 만든 가요계의 미다스 손이자 그 자신 인기 가수지만 박진영에게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그는 '드림하이'의 제작자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박진영의 캐스팅을 놓고 관계자들도 그 선택이 자칫 작품에 누가 될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박진영은 '왜 이제야 연기를 하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준비된 연기'를 선보이며 '찌질남'의 모습을 맛깔스럽게 그리고 있다.

◇쌍둥이를 둔 선량한 고시생 알렉스 = 작년 MBC TV '파스타'를 통해 연기에 데뷔해 합격점을 받았던 알렉스는 KBS 1TV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에서 전작의 연기가 캐릭터에 기댄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알렉스는 '파스타'에서 조건 좋고 매너 좋은 레스토랑 사장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무래도 역할이 주는 후광에 기댄 면이 컸다.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는 후줄근한 후드 티 차림의 평범한 남자로 180도 변신한 '웃어라 동해야'에서도 무난한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에 대한 타고난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의 고시생 이태훈.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지만 수년째 낙방하고 그 사이 철부지 아가씨와 사고를 쳐서 덜컥 쌍둥이까지 낳았다.

쌍둥이와 아내까지 끌고 부모 아래 빌붙어 사는 처지가 된 이태훈은 선량하고 반듯한 사나이지만 지난한 현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진다.

이런 이태훈을 알렉스는 모난 구석 없이 물 흐르듯 소화하며 '생활 연기'가 가능한 새로운 배우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쌍둥이를 팽개치고 모델이 되겠다는 철부지 아내를 다독이고 아기들 기저귀를 갈아주며 고시 공부를 해야하는 이태훈의 모습은 알렉스와 완벽하게 겹쳐진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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