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사랑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세월의 풍파를 견딘 사랑은 죽음마저도 훌쩍 뛰어넘는다.
인기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달콤한 청춘이 아니라 인생 황혼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그린 흔치 않은 영화다.
영화에서는 같은 동네에 사는 남녀 2쌍의 사랑을 보여준다.
새벽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이순재)은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하다.
만석은 어느 날 언덕길을 오르다 파지를 모아 팔며 외롭고 힘겹게 사는 송씨(윤소정)를 마주치고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주차장에서 일하는 장군봉(송재호)에게는 치매에 걸린 아내(김수미)가 있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를 극진히 보살핀다.
아내가 위중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군봉은 가슴을 치며 슬퍼한다.
영화는 따뜻하면서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이야기를 수십 년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펼쳐보이면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이 같은 순진한 면이 있는 만복이나 오달수, 이문식 등이 연기한 조연 캐릭터를 동원해 중간 중간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2007년 웹툰으로 연재돼 큰 인기를 끌었고 3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와 15만부가 팔린 원작에 크게 의존했다. 이야기나 인물, 주요 대사 등에서 강풀의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배우들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주로 TV 드라마에서 젊은 배우들을 받쳐주는 틀에 박힌 역에 갇혀 있던 노배우들은 수십 년 경력의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특히 이순재는 드라마나 시트콤으로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감정을 쌓아가다 툭툭 터뜨리는 장면이 지뢰처럼 곳곳에 깔렸다. 만석이 이름 없이 살던 송씨의 이름을 지어주는 대목이나 촛불을 켜놓고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군봉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 업고 가는 장면 등이다.
한 회, 한 회 끊어지는 연재 만화와 달리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보는 영화로는 감정을 최고조로 올린 장면이 많다.
눈 내리는 언덕과 가로등 켜진 새벽녘의 골목길 등 서민들이 사는 산동네 풍경도 그림 같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영화는 노년의 사랑에 대한 선입견을 깨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2월 17일 개봉. 상영시간 118분.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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