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모든 신이 어렵고 헷갈렸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뒷이야기까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기에 제가 촬영한 부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지, 꾸민 건지 감독님과 늘 상의해야 했습니다."
영화 '아이들'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박용우는 최근 삼청동의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1991년 일어난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그해 3월26일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대구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되고 나서 유해는 발견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현재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박용우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야심만만한 인물이다. 출세를 위해서는 '사실 관계'마저 조작하기도 하는 '나쁜' 주인공이기도 하다.
"야망 넘치는 인물이죠. 그의 야망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출세만을 바라보고 달리다가 삶에서 중요한 진실성을 놓쳤을 때 사람의 삶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을지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발생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담았다.
"약 10년에 걸쳐 한 인물의 변화를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부모역을 맡은 것도 처음이었죠. 개인적으로 이번 역을 맡으면서 감정이 풍부해졌다고 생각해요."
강지승은 세월의 풍파에 따라 찌들어간다.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한 다큐멘터리 때문에 결국에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성공과 양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는 영화 후반부, 눈에 띌 정도로 피곤해 보인다.
"강지승이 사표를 냈지만, 그건 자존심 때문이었어요.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회사로 복귀하죠. 아이도 낳고 회사에서는 승진도 계속합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초라하게 변해요. 영화 초반보다 머리숱도 많이 빠지고요. 야심 만만한 그도 결국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살아가는 불쌍한 인간일 뿐입니다."
영화 촬영은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지 한 달 반이 지나고 나서도 재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 끝 부분 도살장에서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격투장면이다.
"원래 촬영이 끝나면 긴장이 확 풀어지죠. 몸살까지 나고 캐릭터를 거의 다 잊었는데 재촬영하니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되게 힘들었어요. 합이 맞지 않아 상대 배우에게 맞기도 했고요."(웃음)
하지만 "촬영하면서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만났다. 감독과 배우, 배우와 배우, 배우와 스태프의 호흡에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은 유쾌했다고 한다.
40대에 접어든 그는 연기 경력 15년이 넘은 연기자다. 그는 "주름 등 나이에 걸맞게 외형적인 변화도 생겼다"며 "내면적으로든 외형적으로든 지금의 모습이 보기 좋다. 옛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오랜 연기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제 또 한 차례의 도약을 꿈꾸기 시작했다.
"SF건 코미디건 장르를 불문하고 이제는 제 연기에 대해 좀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정말 남들이 방해만 안 한다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책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편안한 자신감으로 꽉 차있는 느낌이 들어요. 제 인생에 이정표를 새길 작품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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