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 '127'시간은 '트레인스포팅'(1996),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를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답게 대단히 감각적이다. 차지게 화면에 달라붙는 음악과 빠른 장면 전개는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마구 솟구치게 할 만하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메간과 라나라는 이름의 여자들을 만난다. 그곳 지리를 손바닥 보듯 아는 아론은 그녀들에게 숨 막힐 듯이 아름다운 비경을 알려준 후 함께 다이빙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시 길 위에 홀로 선 아론은 좁디좁은 협곡을 타던 중 밑으로 추락하고, 결국 바위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한다. 그가 가진 건 산악용 로프와 등산용 칼, 그리고 물 한 병이 전부. 아론은 탈출을 감행하려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바위는 꿈적하지 않는다.
'127시간'은 127시간 동안 협곡에 갇혀 있다가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한 아론 랠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은 여행을 준비하는 아론의 들뜬 마음을 보여준다. 보일 감독은 화면분할로 한 화면에 여러 장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상적인 점은 바쁘고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과 항상 홀로 지내는 아론의 모습을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
마치 카메라의 움직임처럼 빠르고 화려하게 산 듯 보이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며 숨 쉬어왔을 아론에 대한 일말의 동정을 일으킬 수 있는 장면이다. 아론의 삶을 짧으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보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끝나면 영화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움직이지 못하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보일 감독의 야심은 아론의 팔이 바위에 끼어 협곡에 갇힌 상황부터다.
이야기를 전개할 길이 없으니 당연히 회상 장면에 기댈 수밖에 없을 터. 영화는 아론이 얼마나 대인관계에서 어설펐고, 문제가 있었던 인간이었는지를 아론의 환상을 곁들여 보여준다.
큰 줄기의 서사가 없음에도 상영시간 94분간 그럴 듯하게 영화를 포장하는 보일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극에 묻어가는 제임스 프랭코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론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이며 이야기 자체도 풍성하지 못하다. 인생을 깊이 있게 관조하는 대신 피상적인 회한을 그렸다. 전반부의 힘찬 출발에 비해 후반부가 다소 공허해지는 이유다.
2월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buff27@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