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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슈퍼히어로] <토르: 천둥의 신>
장영엽 2011-02-08

영화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명난 코믹스 작품들이 있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2009년 잭 스나이더가 완성해내고 만 <와치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토르>가 있다. 지구와 우주를 넘어 신들의 영역을 그린 마블의 동명 원작 <토르>는 코믹스보다는 고대 그리스 희곡이나 셰익스피어의 유전자를 닮은 히어로물이었다. 북유럽 신화의 절대신 오딘의 아들 토르는 거만하고 분별없는 행동으로 우주전쟁을 재점화하고, 이를 우려한 오딘은 아들을 아스가드 신전에서 지구로 추방한다. 신이 소유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빼앗긴 토르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지구를 넘보는 아스가드 어둠의 세력과 맞서며 점차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다.

토르에겐 그 흔한 히어로 슈트도 없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고대의 신들은 시적인 대사들을 읊어댄다. 이런 작품을 어떻게 블록버스터 히어로물로 만들 것인가? 그러나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셰익스피어 전문가 케네스 브래너다. 어린 시절부터 코믹스를 즐겨 읽었으며 문어체 대사를 가장 품격있게 연출해낼 줄 아는 브래너라면 이 골칫덩어리 히어로 영화를 성공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코믹콘에서 공개된 <토르: 천둥의 신>의 클립은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원작과 흡사하게 묘사된 황금빛 아스가드 신전은 근사했고, 은빛 갑옷을 입은 채 아들을 파면하는 ‘오딘’ 앤서니 홉킨스의 위엄은 리어왕의 그것을 닮았다. 토르 역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스스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마이크 타이슨 스타일”의 거친 액션을 선보였다. 이 영상이 암시하는 바는 분명하다. 트레일러의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면, <토르: 천둥의 신>은 브라이언 싱어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열어젖힌 세계와는 다른 종류의 품격을 지닌 히어로물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 작품의 관건이 “아스가드와 현대 세계를 잇는 다리를 놓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원시성과 교양, 고대와 현대”가 한 영화에 담겼을 때 발생하는 조화와 긴장에 주목하겠다는 얘기다. 앤사니 홉킨스, 크리스 헴스워스를 비롯해 토르의 연인이자 천문학자를 연기하는 내털리 포트먼과 토르의 이복형제이자 악당 로키를 연기하는 톰 히들스턴은 입을 모아 이 영화에 셰익스피어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음을 말했다. 볼거리가 전부가 아닐, 가볍지 않은 슈퍼히어로물의 탄생이 기대된다. <토르: 천둥의 신>은 3D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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