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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F블록버스터] <월드 인베이젼>
김도훈 2011-02-08

거대한 모함에 전투선과 전투로봇을 탑재한 외계인 군대가 LA를 침공한다. 잠깐. 올해 초 이미 <스카이라인>을 봤는데 또 다른 외계인 LA 침공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월드 인베이전>의 제작진은 소리를 빽 지를지도 모른다. 사실 스트라우스 형제의 <스카이라인>은 싸구려 유사품이다. <월드 인베이전>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던 스트라우스 형제는 도중하차한 뒤 동일한 컨셉의 <스카이라인>을 재빨리 만들어 개봉해버렸고, <월드 인베이전>의 제작사는 스트라우스 형제를 고소했다. 물론 중요한 건 영화사들간의 법정싸움이 아니다. 진짜 질문은 <월드 인베이전>이 <스카이라인>보다 나은 SF영화가 될 거냐는 거다. 대답하기 섣부르지만 이렇게는 이야기할 수 있겠다. 어떤 외계인 침공영화도 <스카이라인>보다 덜떨어질 수는 없다. 게다가 <월드 인베이전>은 <스카이라인>보다 제작비가 10배나 많은 1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다.

<월드 인베이전>은 1942년의 UFO 소동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영화다. 1942년 2월25일, LA 상공에 UFO가 나타났다. 미군은 UFO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1시간 동안 대규모 대공사격을 했고, 100만명 이상의 LA 시민들이 공습 사이렌 소리를 듣고 피신했다. 이 사건은 전세계 UFO 목격의 역사 중에서 가장 거대한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월드 인베이전>의 제작진은 1942년 사건에서 현실적인 밀리터리 외계인 침공영화의 가능성을 봤다. 위대한 SF 문학의 역사 속에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처럼 위대한 밀리터리 외계인 침공 장르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통을 영화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조너선 리브스먼 감독은 <월드 인베이전>이 외계인 침공을 현대전의 관점에서 다룬 극사실주의 SF영화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이라크에서 적과 마주쳤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은 모습을 숨기고 우리를 습격할 것이다. 현대전에서 적의 실체를 단번에 보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관객이 현대전에서 진짜로 군대가 적을 마주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고 싶다.”

프로덕션 디자인에서도 <월드 인베이전>은 <인디펜던스 데이>나 <우주전쟁> <스카이라인> 같은 선배 영화와는 다르다. 단 한 가지의 탈것과 단일한 디자인의 외계인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아는 크리처도 아니고 벌레 모양도 아니다. 좀더 믿음이 가는 외계인 군대의 디자인이다. 일병도 있고 병장도 있고 메딕도 있는, 진짜 군대 말이다.” 다시 말해 <월드 인베이전>은 염치없는 저예산영화 <스카이라인>과는 거리가 멀고,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온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블록버스터 역사상 처음으로 외계인과의 전면적 군사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주전쟁>과 <블랙 호크 다운>의 결합을 한번 떠올려보라.

다행히도 <월드 인베이전>은 3D가 아니다. 극사실주의 밀리터리 영화를 3D로 본다면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감독은 말한다. “이 영화는 <플라이트 93>처럼 편집됐다. 핸드헬드도 많다. 3D로 상영한다면 2분 만에 토하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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